매일신문

희망연주 ♬♪ 동구 지역 청소년 오케스트라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를 표방한 청소년 오케스트라 '희망음자리 프로젝트'에 참가한 학생들이 2월 9일 첫 합주회를 앞두고 맹연습 중이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감동과 희망을 연주합니다."

12일 오후 대구 동구 팔공산 평광아카데미 지하에서 합주 소리가 울려퍼졌다. 연주곡은 인기그룹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와 '아리랑'. 아직 거친 음색이지만 아이들은 마치 자신들의 희망을 이야기하듯 재치있고 장중하게 곡을 연주했다.

이곳에 모인 50명의 학생은 대구 동구지역 교육복지투자우선지원학교 6개교(동촌·입석초교, 동촌·신암·아양·입석중)의 학생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희망음자리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모였다.

지난해 9월 '희망음자리 프로젝트'가 만들어진 후 악기 잡는 법과 소리 내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이들은 2월 9일 첫 연주회를 앞두고 맹연습 중이다. 11일부터는 아예 팔공산에 자리를 빌려 4박 5일간 합숙하고 있다.

신암중 김연수 교사는 "희망음자리 프로젝트가 입소문이 나면서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다"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통해 자신감을 키우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토록 하기 위해 인근지역 6개 학교들이 의기투합했다"고 밝혔다. '엘 시스테마'는 1975년 설립된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으로 빈곤 때문에 좌절한 소외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통해 꿈을 심어주고 빈민 복지 해결에 도움을 준 프로그램.

이들 6개 학교는 교육복지우선투자대상학교로 교육청에서 지원받은 예산을 쪼개 악기를 구입하고, 동구청의 지원을 받아 동구문화체육회관에 합주실도 마련했다.

음악교육은 경산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서 맡았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일이라는 말에 단원들은 기꺼이 시간을 내줬다. 아직은 많이 서툰 실력이지만 아이들의 열정은 대단하다.

김 교사는 "오보에를 맡은 여학생은 밤새워 연습하다 다음날 아침 입이 불어터져 악기를 입에 물지 못할 정도였다"고 했다. 김 교사는 또 "악기와 합숙 비용 마련에 애를 먹었지만 한 건설업체가 지원해줘 고충을 덜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열성으로 학생단원들의 실력은 일취월장하고 있다. 지휘를 맡고 있는 경산필하모닉오케스트라 김혜경(51) 상임지휘자는 "3개월 만에 1년을 연습해야 나올 수 있는 수준까지 올랐다"며 "합숙 기간 중에는 하루 9시간씩 맹연습하고 있지만 힘들다는 내색 없이 잘 따라와 줘 오히려 가르치는 입장에서 더 고마울 지경"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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