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MJ에 직격탄' 박근혜, 대권주자 행보 나서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최근 발언과 행보는 과거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정치적 고비마다 절제되고 정제된 언어를 구사하면서 정국의 물꼬를 바꾸던 예전과 달리 세종시 문제에 관한 한 박 전 대표의 대응은 즉각적이고 표현도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18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를 겨냥해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원안고수 당론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당 대표가 이를 무시하고 수정안에 찬성하는 상황을 빗대 정 대표를 정면공격한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초강경 대응 행보는 향후 지방선거와 총선, 대선구도를 겨냥한 정치행보의 시작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정두언 의원 등 친이 핵심인사들이 '제왕적'이라고 비난하자, 그는 "원칙과 신뢰를 지키는 것을 제왕적이라고 한다면 100번도 더 제왕적이라는 소리를 듣겠다"고 맞대응하기도 했다.

당 대표를 직접 공격한 것도 이례적이다. 잠재적 대권경쟁자의 한 사람인 정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정 대표의 책임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겠다는 경고의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대권주자로의 본격행보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에 관한 발언이 잦아진 점도 주목된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을 추진하는 여권 주류인사들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즉각 반응했다. 정부의 수정안 발표를 앞둔 7일 박 전 대표는 매일신문사 주최 재경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 참석, 원안고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부가 수정안을 발표한 다음날인 12일 수정안 반대를 재천명하면서 정부의 수정안 지지여론 확산 노력에 쐐기를 박았고 18일 정 대표를 정면공격하면서 전선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핵심측근인 이정현 의원은 19일 "세종시 현안이 워낙 중요하고 시급한데다 새로운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즉각적으로 오류를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면 애국이고 원안을 고수하면 '나라가 거덜난다'는 식의 이분법적 홍보논리에 단호하고 시급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또한 "당 대표가 '미생지신'이라는 표현을 구사하면서 (박 전 대표를) 멍청하게 (죽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으로 비난하는 것이 더 거칠다"며 "총리가 행정부처를 옮기면 나라가 거덜난다고 하는 상황을 더이상 두고 볼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누가 우리(박 전 대표의) 입장을 써주기나 하느냐"는 이 의원의 하소연에는 박 전 대표가 자신의 발언을 통해 수정안 추진 반대의 구심점으로 우뚝서기로 작심한 듯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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