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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태의 시와 함께] 봄의 설법 / 이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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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 지나서 며칠 뒤

밀양 표충사 재약산 사자평을

한 달음박질로 뛰어 내려와서

계곡 바위에 앉아

헉헉 가쁜 숨 돌릴 즈음

올해의 첫 개구리 소리를 들었다

나는 작은 짐승처럼

귀 쫑긋 세우고

대지에 울려 퍼지는

잔잔한 봄의 설법에 귀 기울였다

그날 개구리가

무슨 설법을 했는지는

여기에 세세히 쓰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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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약산 사자평을/ 한 달음박질로 뛰어 내려"오셨다니, 제법 숨이 가쁘셨겠습니다. 그 힘찬 발자국 소리에 개구리가 놀라 긴 잠에서 깨어날 만도 합니다. 경칩(驚蟄)이란 겨울잠 자던 동물들이 놀라 깨어난다는 뜻이라지요. "올해의 첫 개구리 소리를" 저는 아직 못 들었습니다만, "작은 짐승처럼 귀 쫑긋 세우고" 듣노라면 어디 개구리 소리뿐이겠습니까, 벌레들 깨어나는 소리며 초목(草木)에 물오르는 소리까지 들려올 테지요.

소생하는 자연이 들려주는 "잔잔한 봄의 설법"의 내용이 어떠한지 굳이 우문(愚問)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이심전심입니다. 시인이 "여기에 세세히 쓰지 않"음으로써 그 대답을 이미 다 했기 때문입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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