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건설업계 구조조정, 미룰 일이 아니다

건설업계의 재무 건전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현재 부실 위험이 높은 건설회사들이 모두 부도로 이어진다면 금융권의 부실채권은 무려 5조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회복 국면에 들어선 우리 경제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부실 위험이 높은 건설사는 232곳으로 전년보다 29곳(14.3%) 증가했다. 부실 위험이 높은 건설사는 2000년 76곳에서 2004년 100곳, 2005년 146곳, 2006년 163곳, 2007년 203곳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부실 건설사가 이렇게 늘어난 것은 공사를 맡은 중소형 시행사들이 대규모 자금을 은행에서 빌릴 때 시공사인 대형 건설사들이 지급보증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건설회사들의 부채비율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재 건설회사의 재무구조는 표면적으로는 안정적이다. 외부감사 대상 건설사(자산총액 100억 원 이상)의 부채비율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 680.9%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8년 현재 248.2%로 20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사에 대한 은행 지급보증분을 포함시킨 실질적 부채비율은 490.5%(2008년)로 500%에 육박한다. 곧 시행사가 무너지면 시공사도 같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건설업계의 부실이 이렇게 심화된 것은 물론 2008년에 터진 세계경제 위기가 빚은 경기적 요인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묻지마'식 아파트 건설과 이로 인한 미분양 양산이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2007년 말 11만 2천 호에서 2009년 초 16만 6천 호로 늘어났다. 이 중 중대형이 58%나 된다. 시장수요를 감안하지 않은 무모한 공급이 빚은 결과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응책은 세금을 들여 미분양주택을 매입해 주거나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위기를 일시적으로 봉합하는 데 급급해 왔다. 2008년 이후 정부가 건설업계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 무려 20여 차례나 된다.

이제 정부와 금융권은 더 이상 문제를 덮어두지 말아야 한다. 국내 금융권 전체 대출에서 건설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의 10%대에서 현재는 25%까지 치솟았다. 현재 건설업계의 부실화 정도로 보아 이는 잠재적인 부실채권이 계속 쌓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방치하다가는 우리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지금부터 면밀한 계획을 세워 구조조정에 착수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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