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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애의 고전음악] 낭만주의의 두 거장, 브람스와 차이코프스키

4월이 끝나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아침 저녁으로 싸늘한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더니 주말을 지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기온이 올라가 마치 여름 문턱에 들어선 기분이 들 정도다. 봄이 봄답지 않아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올해 농사를 망쳤다고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모습이 뉴스 화면을 채우던 것이 엊그제였는데 어느새 한낮엔 가벼운 반소매 차림의 시민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제법 눈에 띈다. 겨울부터 지금까지 변덕스런 이상기온으로 시달려왔는데 이제 여름도 예년보다 빨리 오려나 보다.

1833년 5월 7일 북독일 함부르크에서 독일 낭만주의 음악의 거장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5.7~1897.4.3)가 태어났다. 7년 후 같은 날 러시아 우랄지방의 외딴 시골 캄스코-봇킨스크에서 러시아 낭만주의 음악의 대가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5.7-1893.11.6)가 태어났다. 슈만이 클라라와 사랑에 빠졌을 때 노래 불렀던 '아름다운 5월에' 낭만주의 시대의 여러 작곡가들 중에서도 우울하고 비장한 분위기를 가장 잘 표현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 브람스와 차이코프스키가 태어난 것이다.

19세기 독일의 유명한 지휘자였던 한스 폰 뷜로(Hans von Bulow, 1830~1894)는 요한 세바스치안 바흐, 루드비히 반 베토벤과 더불어 브람스를 '3B'라고 불렀다. 뷜로가 독일음악에서 이 세 사람의 작곡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뜻일 것이다. 1885년 52세의 브람스가 얻은 교향곡 4번의 성공에는 뷜로의 계속적인 연주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뷜로는 또한 차이코프스키와도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차이코프스키는 자신의 첫 번째 피아노 협주곡에 대해 동료이자 선배였던 니콜라이 루빈시타인(Nicolay Rubinstein, 1835~1881)의 혹평에 매우 의기소침해 있었다. 뷜로가 피아니스트 출신 지휘자임을 알게 된 차이코프스키의 부탁으로 그는 미국 보스턴에서의 협주곡 초연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고 이후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op. 23 Bb 장조는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피아노 협주곡 중의 하나가 됐다.

브람스는 독일음악의 영광을 바흐에서부터 베토벤으로 이어지는 깊은 뿌리와 가지를 가진 나무로 생각하고 진정한 독일 낭만주의 음악의 빛깔과 맛을 아는 작곡가였다. 차이코프스키 또한 러시아 음악의 매력을 낭만주의의 기법과 정서에 맞게 잘 조화시켜 19세기 유럽의 고급스런 클래식 음악 마니아들을 감동시켰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 4개의 교향곡과 가곡들,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대학축전 서곡, 독일 레퀴엠의 주인공 브람스나 '비창' 교향곡을 포함해 6개의 교향곡, Bb 장조 피아노 협주곡과 D 장조 바이올린 협주곡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는 새로운 시작이나 희망을 상징하는 봄이라는 계절과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남몰래 간직하고 있을 마음 저 깊숙이 숨겨진 우울함, 우수(憂愁, melancolie)를 음악으로 표현한다면 아마도 브람스나 차이코프스키의 선율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브람스와 차이코프스키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다는 말이다. 음악이야말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인간의 감정을 서로에게 전해 주는 은밀한 도구다.

최영애 영남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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