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쿤(Tomas Kuhn)은 그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에서 "과학발전의 역사는 옛것에서 새것을 차근차근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옛것을 새것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과정, 즉 연속이 아니라 단절이고, 연장이 아니라 비약이며, 진화가 아니라 혁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나의 패러다임 내 과학이 모순으로 부글부글 끓다가 위기에 닥쳐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혁명가에 의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과학혁명으로 본 것이다. 옛것이 새것을 낳는 토대라는 온고지신을 정면으로 부정한 셈이다.
쿤에 의하면 과학발전은 정상과학→위기→경쟁적 패러다임의 출현→과학혁명 등의 순서에 의해 진행된다. 정상과학의 연구는 패러다임으로 확립된 선배 과학자들의 문제해결방식을 모델로 삼아 그것이 제시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작업이다. 과학의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이론들과 맞지 않는 현상들을 발견하더라도 과학자들은 패러다임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현상을 변칙적인 현상으로 치부한다. 따라서 정상과학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며 결코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변칙성이 증가하면 할수록 정상과학의 규칙은 점점더 모호해지며 패러다임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패러다임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이럴 경우 기존 패러다임은 위기 상황을 맞게 된다. 이 가운데 소수의 혁신적인 과학자들에 의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출현하게 되고, 이제는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들이 기존 패러다임과 대결하는 경쟁상태로 접어들게 된다. 그러다 새로운 패러다임 중 하나가 승리하게 되면, 이것에 의한 새로운 정상과학의 사이클이 다시 시작된다. 이와 같은 패러다임의 교체과정을 쿤은 '과학혁명'이라 부르고 있다.
과거 20년 이상 많은 지역 전문가들은 지역혁명(?)만이 지역경제의 회생방안이라 지적해 왔다. 이는 지역경제가 정상을 넘어 위기와 경쟁적 패러다임의 상황에 와 있음을 직시해 주는 것이다. 바로 생존을 위한 혁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지역혁명을 위한 여건 마련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블루오션 전략'의 저자 김위찬 교수가 제시하는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인지적 장애(Cognitive Hurdle), 자원의 부족(Resource Hurdle), 동기 부여의 부족 (Motivation Hurdle), 변화반대 세력의 저항(Political Hurdle) 등 네 가지의 장애에 빠져 있는 듯하다.
이런 장애를 극복하고 지역혁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커다란 변혁의 변곡점, 즉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개발해야 한다. 뉴요커지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말콤 글라드웰(Malcolm Gladwell)의 '티핑 포인트'(The Tipping Point)에 따르면, 열정적이고 영향력 있는 소수가 혁신을 전파하고, 혁신 메시지를 사람들의 기억 속에 고착시키며, 혁신을 위한 주변 여건이 조성될 때 티핑 포인트가 효과적으로 개발될 수 있다.
우리 지역이 지역혁명을 위한 티핑 포인트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부분에 변화를 도입해야 한다. 먼저, 모난 사람들이 정(釘)에 맞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독감 바이러스를 가진 한 사람이 많은 이들에게 독감을 전염시키듯 사회적 유행이나 변화 또한 특이한 개성과 사회적인 관계망, 그리고 예외적인 열정을 지닌 한 사람에게서 시작되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간다. 많은 사람과 인맥을 가진 커넥터(connectors),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메이븐(maven), 그리고 여러 사람을 유행에 동참시키는 세일즈맨(salesman)들을 크게 육성하고 포용해야 한다.
둘째, 지역민들의 기억 속에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고정시켜야 한다. 정상경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선하고 의미 있는 변화의 내용들을 개발해야 하며, 특히 지역민들의 눈높이와 취향에 맞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 특히 지방정부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역민들이 무의식적으로 혁신적인 행동을 하는 상황이 성숙돼야 한다. 사회적 구조로 인해 다양한 의견을 좇는 자유분방한 젊은이 또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소위 청년의 끼와 상상력이 존중받는 지역이 돼야 하는 것이다.
신진교 대구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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