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 노트] 상처 뿐인 경산시장 선거…후유증 걱정

현직 시장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한 경산에서는 선거운동 내내 한나라당 후보와 현직 시장인 무소속 후보의 경쟁이 치열했다. 양측은 정책과 인물을 두고 날카로운 비판과 공격을 쏟아냈다. "공무원들의 인사 관행에 문제가 있다", "전과 몇 범이고 환경사범이다"등 상대를 향한 공격은 폭력 사태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를 낳기도 했다. 실제 방송토론을 끝내고 나오면서 한 후보가 상대 후보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해대며 두 진영의 골은 깊어져 선거 뒤 엄청난 후유증도 예상된다.

여기에다 공무원들의 줄서기도 노골화돼 둘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공직사회의 '피바람'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최병국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 관련 자료를 넘겨주는 등 한나라당 후보에 줄을 선 일부 간부들은 무사할 수 없을 것이란 소문이다. 이우경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하면 이 후보 측에 줄 선 공무원들은 보장받지만 현 간부들은 최 시장 편으로 간주돼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공직사회는 그래서 뒤숭숭하기만 하다.

이처럼 선거 분위기가 사생결단으로 치달은 것은 단순히 시장을 뽑는 게 아니라 지역의 최경환 국회의원과 최병국 시장의 사활 건 싸움판이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친박계인 최 의원에게 최 시장이 MB 지지를 선언하면서 결별했다. 최 의원은 "눈에 흙이 들어가지 않는 한 최 시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겠다"고 발언하기까지 했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최 후보가 이기면 2년 뒤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벌써 이번 선거를 보면서 중앙의 고위공직자 출신 등 몇몇이 국회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한다.

현재 양 후보 측은 자신이 우세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선택이 어디로 갈지 가늠키 어렵다. 그러나 누가 당선되더라도 선거로 인한 갈등의 봉합 치료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승리한 사람도 '상처뿐인 영광'을 안게 될 이번 선거인만큼 당선자가 자만하기보다는 시민화합을 이루는 길을 가장 먼저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경산·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