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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태의 시와 함께] 주름 / 배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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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들은 그렇게 한 몸에 모여든다

마침내 너무 절친해져서는

한 번 자리 잡은 주름들은 잘 떠나지 않는다

사람의 몸은 수많은 주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닐까

몸 안에서 몸 바깥으로

울음을 밀어내고 밀어내다 멈춘 그 자리

바로 주름의 자리,

중심에서 밀려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있는 힘을 다해 밀어내는 것,

그러므로 밀어낸다는 것은 적극적인 비워냄의 행위이다

아직도 비워야 할 것이 남아 있다는 듯이

있는 힘을 다해 낡아가고 있는 할머니

지금은 다만 극단으로 깊은

주름의 골과 골 사이,

온몸이 헐거워지고 있는 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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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며 생기는 주름에 대한 사유가 상당히 역설적이다. 주름이란 "몸 안에서 몸 바깥으로/ 울음을 밀어내고 밀어내다 멈춘 그 자리"에 생기는 것이라 한다. 주름은 그러니까 삶의 상처 같은 것일진대, 기실 "온몸이 헐거워지고 있는" 것의 방증이기도 하다. 몸과 더불어 마음이 헐거워져서야 주름이 생겨난다. 젊은 시절, 당겨진 시위처럼 팽팽하던 긴장의 탄력은 일체의 주름을 용납하지 않았었다. 주름은 굽이굽이 흘러온 시간과 세월을 담보해야만, 그 세월의 이슥한 골짜기들과 더불어 비로소 우리의 것이 된다. 몸과 더불어 마음과도 "절친해져서는" 이윽고 '경륜'이란 이름으로 자리를 잡는다. 주름이란, 그러니까 "중심에서 밀려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있는 힘을 다해 밀어낸" 결과이다.

주름이란, "비워낸" 결과이다. '비워냄'이 없으면 주름도 없다. 주름을 없애려 피부를 잡아당기는 성형수술은, 그 '비워냄'의 역설을 이해하지 못한, 무모하고 생경스런 행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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