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해상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차라리 인천으로 가겠다."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동남권 신국제공항 대토론회'에 나선 국내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밀양을 최적지로 꼽았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효수 영남대 총장의 사회로, 김효준 한국항공정책연구소 고문, 이우진 고려대 교수(토목공학과), 윤대식 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 권창기 울산발전연구원 연구기획실장, 엄용수 밀양시장, 김재석 경일대 교수(건설공학부)가 나왔다.
◆국제경쟁력 위해 제2관문공항 필수
"수도권 집중화는 곧 지역 경제의 낙후와 국가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고 있어요. 특히 세계는 글로벌 마켓 형성에 따른 세계적 기업을 모셔오기 위해 '메가시티 리전'(Megacity Region·거대 도시군) 구축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제2의 관문공항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효수 총장은 동남권 신공항 조기건설 이유로 행정적으로 분리돼 있지만 경제·문화적으로 통합된 인구 1천만명 이상의 거대 도시군 개념인 '메가시티 리전' 개념을 들었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에 '메가시티 리전'을 구축할 수 있는 곳은 수도권과 영남권뿐"이라며, "글로벌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혈안이 된 선진국과 대결을 위해서도 수도권 확대에 숨을 못 쉬고 있는 영남권을 키워야한다"고 강조했다.
김효준 고문도 "세계 10대 강국 중에 관문공항이 한 곳뿐인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중국은 3개, 일본은 4개, 미국은 서부에만 6개나 된다"며 "관문공항은 정치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아니며 군(軍)이 상비군과 예비군 시스템으로 운영되 듯 관문공항도 제2공항을 설치해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무안, 양양, 청주공항의 실패를 동남권 신공항과 연결시키는 발상은 말도 안 된다. 세 공항은 인구 50만명도 안 되는 수요를 가지고 있지만 밀양 신공항의 권역에는 인구 1천만명 이상에 광역지자체가 4개나 된다"고 말했다.
◆인천의 대체공항 필요
이효수 총장은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인해 유럽의 관문공항들이 마비된 점을 상기시키며 "최근 백두산 화산폭발 가능성이 연일 화두로 뜨고 있는 시점에서 인천공항이 폐쇄될 경우 우리나라 국가경제에 큰 허점을 드러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효준 고문은 "인천공항은 우리나라 전체 여객 수요의 80%, 화물은 무려 96%를 독점하고 있다"며 "만일 인천공항이 천재지변 등으로 마비되는 상황이 되면 국내에서 인적·물적 교류를 할 수 있는 지역은 남쪽으로만 한정되는 국가 비상사태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인천공항의 비상시 국가대체공항으로, 초대형기의 기상대체공항으로, 제2의 중추공항 역할을 할 수 있는 동남권 신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신공항은 접근성이 핵심
이날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영남권 신공항이 또 하나의 '지방공항'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접근성이 핵심 고려요소다. 윤대식 교수는 "밀양과 가덕도를 항공수요 문제에서 비교해보면 밀양이 월등히 낫다"며 "최근 조사에 따르면 밀양과 가덕도를 반경 70㎞로 설정하면 밀양이 340만명이나 많다. 90㎞로 하면 440만명이나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엄용수 밀양시장은 "밀양과 가덕도를 놓고 봤을 때 대구경북, 울산, 경남 등 부산을 제외한 모든 곳이 밀양에 더 가깝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영남권 주요 도시에서 밀양까지는 대부분 승용차로 1시간 거리이고 부산에서도 밀양까지는 1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엄 시장은 또 "교통망에서도 밀양은 경부선과 동남권 내륙순환 고속도로망, KTX 신공항역,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등 방사형 교통 요충지로 접근성이 뛰어난 반면 가덕도는 가덕대교가 유일한 이동 통로"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방청객으로 참여한 김종배 구미상의 사무국장은 "구미의 경우 연간 300억~350억달러어치를 수출하고 이중 항공물량이 180억달러 상당인데, 밀양 신공항을 이용할 경우 인천공항 이용시보다 물류비는 50%가량 줄일 수 있다"며 "반면 가덕도는 30%만 절감되는 것으로 조사돼 인천공항을 대신할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재석 교수는 "8월 발표한 국토연구원의 용역보고서는 가덕도의 사업비를 9조8천억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는 종전에 이뤄진 부산 자체의 조사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은 액수"라며, "잘못된 용역보고서를 근거로 정부의 모든 평가가 이뤄질 텐데 이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는 불필요
최근 정부가 2020년까지 전국 주요 도시를 KTX로 연결하고 인천공항까지 KTX를 운행하는 '미래 KTX 고속철도망 구축 전략'을 내놓은 것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김재석 교수는 "정부가 KTX 전국망화를 통한 국내 일일 생활권화로 제2 관문공항이 필요하냐는 의구심을 증폭시키는데, 이는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을 공멸시키는 대가로 인천공항을 동북아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는 중앙의 편협한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KTX 개통 이후 지방공항이 몰락했듯이 GTX는 수도권 이외 지역을 초토화시킬 겁니다. 정부는 KTX 광역교통망 구축으로 전국이 3시간권으로 좁혀진다고 선전합니다. 그런데 2020년쯤 되면 마하 6, 2050년엔 마하 16의 민항기가 개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어요. 이럴 경우 전세계는 2시간권으로 좁혀집니다. 지구 반대편인 남미까지도 2시간 안에 가는데 인천공항까지 3시간 걸려 가는 것은 웃기는 얘기입니다."
이우진 교수는 이에 대해 "앞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경제권이 통합할 수도 있는 등 전세계가 단일 경제권으로 뭉치는 마당에 KTX로 전국을 묶겠다는 발상은 좁은 시각이다. 국내가 아닌 세계로 눈을 돌리기 위해서는 동남권 신공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