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옛 금성 흑백TV공장에는 일명 '박정희 소나무'가 있다.
지름 1m, 높이 12m, 수령 270여년된 이 소나무는 박 전 대통령이 어린 시절 소를 매어 두고 책을 읽던 나무로, 박 전 대통령의 구미 상모동 생가와는 10리 정도 떨어져 있다. LG는 구미공단 조성 초기인 1974년 이곳 사업장 신축 때 소나무를 뽑지 않고 그대로 살려 보존해 왔으며, 외국 바이어나 귀빈 등이 회사를 방문하면 소나무를 견학 코스로 제공해 왔다. 최근엔 박정희 소나무로 소문이 나면서 구경을 오는 사람들도 늘었다.
박정희 소나무가 있는 LG계열 구미공장의 소유권은 최근 LG에서 외국계 회사로 완전히 넘어갔다. 박정희 소나무가 있는 브라운관(CRT) 생산공장인 옛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외국계 회사로 소유권이 넘어가 회사 이름도 '메르디안 솔라 앤 디스플레이'로 바뀌었다. 소나무 소유권도 넘어간 상태다.
박정희 소나무가 현재까지 잘 보존돼 있고, 공장 소유권을 넘겨받은 외국계 회사 역시 소나무를 잘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LG와 외국계 회사 사이에 박 전 대통령의 업적 평가 및 추억에 대한 판단이나 강도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게 구미 지역민들의 시각이다.
LG는 회사 소유권을 넘겨주면서 이 소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심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고사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 의견 때문에 포기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소나무의 영양 상태를 우려, 정기적인 관리를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박정희 소나무의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 경북도나 구미시가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 소나무는 2000년 6월 경북도 보호수로 지정돼 그 당위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LG 한 관계자는 "LG 정서가 듬뿍 담긴 소나무이지만 소유권이 넘어가 마음대로 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메르디안 솔라 앤 디스플레이 측은 "소나무를 잘 관리하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추억이 깃든 소나무여서 행여 잘못될까 이래저래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구미시 임병인 산림경영과장은 "박 전 대통령의 추억이 깃들어 있고, 보호수로 지정된 소나무인 만큼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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