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기자의 사진토크] (14)끝 프로가 되려면

#촬영제원=셔터속도 1/1,600초, 조리개 9.0, ISO 1250, 400㎜렌즈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 사진에 막 입문했거나 한참 재미 붙인 지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하소연이다. 사진에도 왕도는 없다. 집중과 노력만이 프로가 되는 첩경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요건은 갖출 필요가 있다.

▶기능에 통달하자

먼저 카메라 기능은 반드시 통달해야 한다. 최고급 기종이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자동차 기능도 제대로 모른 채 운전대를 잡으면 식은땀이 나듯 사진도 마찬가지다. 카메라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때 비로소 작품이 가능하다.

조리개와 심도, 셔터와 조리개의 상관관계, 광각과 망원의 특성, 감도, 노출보정, 측광방식, 고속 셔터와 저속 셔터의 특징, 순광과 역광 등 광선상태, 플래시 바운스…. 이런 용어가 쉽게 이해된다면 당신은 프로가 될 자격이 있다. 의미가 낮설다면 매뉴얼을 다시 숙독하자.

▶사진은 감동이다

요즘 카메라는 셔터만 눌러도 사진이 잘 찍힌다. 그렇지만 모두 '작품'이 되지는 않는다. 말이 거칠거나 거짓이거나 사리에 맞지 않으면 함부로 말한다는 소릴 듣는다. 영상 언어인 사진도 마찬가지다. 무슨 말을 할 것인지 깊게 생각하며 셔터를 누르면 앵글이 정제되고 사진에 품위가 넘친다.

사실을 넘어 진실을 기록한 사진에는 감동이 묻어난다. 당신은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자신에게, 친구나 가족에게 또는 불특정 다수에게 감동을 안겨준 적 있는가. 감동이 묻어나는 사진은 생명이 길고 오래도록 당신을 행복하게 만든다. 감동적인 사진은 연령을 넘고 국적을 넘는다. 사진은 "아!~" 라는 외마디로 통하는 세계 공용어다. 프로가 되고 싶다면 감동을 찍자.

▶ 피사체의 입장에서 찍자

촬영 대상은 이름 모를 들꽃에서 우주의 별까지 무궁무진하다.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촬영자 입장에서 보면 눈에 보이는 게 전부다. 한 두번 찍고 나면 금세 싫증난다. 아름다울 수는 있지만 감동을 찾기는 힘들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피사체 입장에서 앵글을 잡아보자. 가령 대구 신천의 왜가리를 촬영할 때 새의 입장에서 접근하면 어떤 종류가 있는 지, 철새와 텃새는 어떻게 다른 지 등을 알기 위해 열심히 조류도감을 뒤지게 될 것이다. 또한 서식환경과 그들의 먹잇감인 신천 물고기도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 더불어 신천 수중보가 물고기들에게 '통곡의 벽'이란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결국 신천 수중 생태계가 건강해야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를 것이다. 이처럼 사진은 촬영하면 할수록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다. 사진은 이해한 만큼 찍을 수 있다.

▶ 형식보다 내용이다

어떻게 찍을 것인가. 촬영 방식에 정답은 없다. 같은 장소에서도 촬영자에 따라 사진은 다를 수 있다. 구도(형식)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사진에서 구도는 기본이지만 구도보다 중요한 것이 내용(주제 의식)이다. 앵글의 기교보다 내용이 충실할 때 그 사진은 생명력을 얻는다. 결국 '어떻게' 보다 '무엇을' 에 더 고민해야 한다.

촬영대상의 진실한 순간, 감동적인 순간을 기록하는게 중요하다. 결국 사진을 잘 찍으려면 대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무작정 달려들면 손발만 고생한다. 프로들은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촬영한다.

사진은 지난 2008년 신천 수중보를 힘겹게 거슬러 오르는 잉어와 사냥꾼 해오라기가 황당하게 마주치는 순간이다. 수차례의 실패 끝에 촬영한 사진이다. 수중보 개방 여건 및 물고기들이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소상(遡上)시간, 새들의 물고기 사냥 특성 및 접근 한계 등을 알고 나서 겨우 촬영할 수 있었다. 쉬우면서도 어려운게 사진이다. 욕심이 앞서면 사실을 왜곡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사진은 진실을 말할 때 가장 감동적이다.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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