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증빙 서류를 만들어 정부 보조금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60대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불구속 기소된 사람에게 집행유예 선고 대신 법정 구속한 광주지법 형사4단독 박현 판사는 "전남 화순군이 지원한 보조금 수십억 원은 의미 없이 야산에 뿌려진 낙엽이며 불량한 자들의 호주머니를 채워주는 용돈이 됐다"고 질타했다. '정부 돈은 눈먼 돈으로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잘못된 의식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다.
박 판사는 또 "보조금 시행 사업자인 지자체가 국가의 세금이 낭비되는 걸 방치했다"며 관리 감독 소홀도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눈먼 돈이나 찾는 사람이 보조금을 받고 묵묵히 농사를 짓는 사람에겐 아무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리 소홀과 불법 수령의 잘못된 관행을 함께 비판한 것이다.
지난해 정부 보조금 규모는 2천122개 사업에 42조 원에 이르며 부정 사건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 2002년 이후 국민권익위가 수사기관에 이첩한 부패 신고 사건 709건 중 정부 보조금과 관련한 사건은 25%로 가장 많았다. 보조금 관련 부패 신고의 증가율도 다른 부패 신고보다 6배 이상 높았다. 보조금 부정 사건은 농림수산 분야를 비롯해 연구개발, 사회복지, 중소기업 등 전 분야에 걸쳐 있다. 특히 보조금 부풀리기 등 공직자와 업자의 결탁형 비리는 관행화할 우려마저 높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보조금을 눈먼 돈, 못 먹는 사람만 손해라고 여기는 풍조는 근절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박 판사의 지적대로 보조금은 불량한 사람에게 좋은 일 하는 헛돈일 뿐이다. 중앙 부처는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여기고 지자체는 어차피 써야 할 돈 인심이나 쓰자고 한다면 줄줄 새는 구멍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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