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신공항 '제3세력'

오늘 '동남권 신공항'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우려했던 바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원칙도 없고 전략도 없고 그저 씨름판 힘 싸움질 같은 단순 무식한 게임에 전율을 느낀다. 이런 초대형 국책사업이 어떻게 '큰 그림' 없이 둥둥 떠다닐 수 있단 말인가. '누더기 사업'으로 전락할 태생적(胎生的) 한계가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먼저 지역의 입장에서 보자. 부산 가덕도를 외치는 세력과 밀양으로 유치하겠다는 양대 세력 대결이 너무 뜨겁다. 내 앞뜰에 국제공항이 들어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유치 전쟁이 불붙는 것은 당연지사다.

문제는 그 열기에 빠져 서로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고 있다는 데 있다. 급기야 결사(決死)추진위원회까지 등장했다. 마치 성사되지 않으면 자폭하겠다는 심정으로 배수진을 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충정심에서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다.

더 큰 문제는 중앙에 있다. 양대 세력의 열기에 비해 중앙의 시각은 너무나 냉랭하다. 이 큰 사업에 중앙 세력이 시치미를 떼고 있는 것은 비극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앙 세력은 신공항을 원치 않는다. 이유는 하나, 그들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솔 흘러나오는 것이 '신공항 무용론'이다.

이들은 동남권 양대 세력 싸움을 즐기고 있다. 느긋하게 즐기면서 이따금씩 '물타기' 전략으로 본질을 흐려놓고 있다. 맹수 두 마리를 동시에 처치하려면 싸움을 붙이면 된다. 설사 승부가 나더라도 둘 다 치명상을 입기 때문이다. 지금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동남권 양대 세력은 딱 '용호상박' 형국이다. 그 게임 결과를 중앙이라는 제3세력이 지켜보고 있다.

이렇게 신공항은 밀양과 가덕도의 싸움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지금은 양대 세력이 서로 싸우기보다 오히려 힘을 합쳐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중앙 세력과 먼저 일전을 벌여 그 당위성을 확보해 놓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큰일은 '뜨거운 가슴'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차가운 머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제 동남권 양대 세력은 '신공항 무용론'이라는 새로운 장벽을 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싸우는 동안 배는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쨌든 지역민들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