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님 조급증·조바심부터 버리세요"

예비 초·중학생 입학준비 이렇게

사진설명=첫 발걸음을 떼는 것은 언제나 힘들다. 하지만 사전 정보를 갖고 차분히 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참가한 새내기들과 학부모들이 교사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사진설명=첫 발걸음을 떼는 것은 언제나 힘들다. 하지만 사전 정보를 갖고 차분히 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참가한 새내기들과 학부모들이 교사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우리 아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까?"

새 학기 시작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예비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때다. 학부모가 된다는 설렘이 크지만 아이가 학교라는 틀에 잘 적응할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고집을 피우지 않을지, 수업은 잘 따라갈 수 있을지,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낯선 환경과 맞닥뜨릴 아이들 역시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예비 중 1년생과 학부모들도 마찬가지. 중학교 입학으로 대학 입시에 한발 더 가까워지면서 긴장감도 부쩍 는다. 또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이들은 공부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애를 먹을 수 있다. 선배 학부모와 교사들을 만나 새 학기 전 어떤 준비를 하는 게 도움이 될지 알아보자.

◆예비 초등학생 학부모, "아이와 함께하세요"

"'오냐, 오냐' 하면서 키워 아직 아기 같은데 잘 해낼지 마음이 안 놓이네요." 학부모 임윤정(35·여·달서구 용산동) 씨는 초조함을 털어내지 못했다. 딸 혜원이가 3월 용산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서다. 맏이인 아들이 이 학교 4학년인지라 첫 경험이 아니건만 여전히 걱정이 앞선다. 좌변기를 혼자 쓰는 법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까지 연습시켰지만 아직도 불안하다.

"첫째 아이에겐 입학 전에 미리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 보냈더니 되레 학습에 흥미를 잃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딸은 한글을 깨치는 정도로만 준비시켰어요. 그랬더니 이번엔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지가 걱정이 돼요."

역시 둘째 아이 준우가 신입생이 되는 장선주(38·여·달서구 죽전동) 씨는 담담한 편. 공부보다는 신발과 책 등을 스스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데 더 신경썼다.

"유치원에서 배운 것 외엔 특별히 가르친 게 없어요. 'ㅁ'과 'ㅍ', 'ㅔ'와 'ㅖ' 등 맞춤법을 틀리기도 하지만 굳이 고쳐주려 하지 않았어요. 혹 아이가 스트레스라도 받으면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을까 싶어서요. 그런데 제 방법이 괜찮은 건가요?"

이미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본 이들도 입학에 대한 걱정을 털어내지 못한다. 하물며 초보 학부모들은 갑갑한 마음이 더하기 마련이다. 조급한 마음에 학원에 보내 이것저것 시키는 경우도 흔하다. 24년째 교편을 잡은 용산초교 이경희 교사는 "아이나 부모 모두 낯선 게 많겠지만 그리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1학년 학부모는 1학년 학생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가 있어요. 새 학기가 시작할 무렵이면 아이나 새내기 학부모 모두 기대 반 두려움 반이겠죠. 당황하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한다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 교사는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걸 즐거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교가 호기심을 채울 수 있고 친구들과 신나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 "학부모가 아이에게 '선생님이 무서우시니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을 하면 선생님께 혼난다'는 식으로 얘기할 때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심할 경우 등교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학교 가는 일이 즐거워질 수 있도록 돕는 게 필요합니다."

한글과 구구단은 물론 영어, 수학 등 선행학습을 제대로 시키지 못했다며 걱정하는 것도 기우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이틀에 한 번 정도라도 아이와 함께 확인하게 되면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았더라도 한 학기가 지나기 전 충분히 수업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 이 교사는 "1학년은 몇 월에 태어났는지에 따라 발달 정도에 차이가 클 때이니 만큼 아이가 적응을 제대로 못한다고 조급증을 낼 필요가 없다"며 "공부보다는 앉아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규칙적인 수면과 기상 습관을 들이도록 하는 정도면 충분히 학교 생활을 잘 해낼 수 있다"고 전했다.

◆중학교 새내기 학부모, "조바심 버리세요"

신상호 군의 어머니 김은주(43·달서구 두류동) 씨와 정은비 양의 어머니 김화경(40·달서구 두류동) 씨는 지난해 10~12월 아이들이 입학할 상서중학교에서 개최한 선행 학습 과정에 매주 토요일마다 참가했다. 기초 과정만 배웠지만 아이가 다닐 학교와 선생님을 미리 만나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는 게 두 학부모의 평가. 학업도 문제지만 이들이 더 염려하는 것은 교우 관계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어서 더욱 걱정이 크다.

김은주 씨는 "상호는 키가 작은데다 여린 성격이어서 새로운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했고, 김화경 씨는 "은비가 활달하고 밝은 아이지만 여자 아이인데다 사춘기다 보니 어떤 친구들과 어떻게 지낼지 걱정된다"고 했다.

상서중 박정우 교장은 학부모들이 너무 큰 기대나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 1년 과정은 대입으로 가는 마라톤코스의 출발점입니다. 지금 약간 앞서 달린다고 우승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행학습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아이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참견보다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주면 다들 잘 해낼 겁니다."

개학까지 남은 기간 동안 박 교장은 '교과서를 가지고 놀 것'을 주문했다. 그는 "목차를 확인하면서 재미가 있을 것 같은 부분을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면 수업에 흥미가 생길 것"이라며 "아이와 함께 입학할 학교의 홈페이지를 찾아서 학사 일정과 어떤 교사들이 있는지 확인해보면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도 수월해진다"고 권했다.

이 학교 류시경 교감은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추천했다. "개학 하기 전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견문도 넓히세요. 이왕이면 지금 살고 있는 곳보다 큰 대도시의 높은 곳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는 것이 좋죠. 넓은 곳을 보면 아이들 포부도 자연스레 커질 겁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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