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세계지속가능경영포럼 및 비즈니스네트워킹' 참석차 세계 경제 거물들이 대구로 향했다.
"잠시 후 밀양 신국제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북서 방향의 대구를 봐 주세요. 대구 도심과 근접한 금호강 주변 풍광이 멋지지 않습니까?"
"원더풀, 원더풀." 2007년 대구를 첫 방문한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2011년 3월에도 대구를 방문한 그는 4년여 만에 금호강을 중심으로 '자연, 사람, 산업이 소통하며 매력이 넘쳐나는 도시'로 변한 데 깜짝 놀랐다.
◆왜 '강 스토리텔링'인가
세계의 주요 수변도시 가운데는 강을 주축으로 인근에 사원, 박물관, 역사적 장소 등 문화유산들이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다. 독일 라인강 주변도시와 프랑스 파리(센강)를 비롯해 캐나다 수도 오타와(오타와강, 리도강), 스위스 수도 베른(아르강), 미국의 뉴욕(허드슨강)·피츠버그(앨러게니강, 머농거힐라강, 오하이오강) 등은 강을 매개로 도시의 품격을 높인 곳이다. 이들 도시는 자연생태 환경조성은 과는 별개로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제공한다. 독일 라인강변의 로렐라이 언덕은 세계인이 아는 명소다.
대구시와 국토해양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호강 및 금호강 지류인 샛강 개발사업 가운데 인프라 부문은 내년 말이면 대부분 윤곽을 드러낸다. 생태보 건설, 나루터와 습지조성, 에듀파크 등 자연·생태시설 조성이 골자다.
금호강은 신석기시대부터 흐르는 문화콘텐츠의 보고다. 지류인 신천 등 샛강도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남은 과제는 이들 문화유산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국내는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사랑받는 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낙동강과 금호강, 샛강이 거미줄처럼 연결된 대구가 '강의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이들 강에 대한 친환경적 개발은 기본이고 강을 매개로 한 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낼 때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터루트'(Water Roote)에 스토리를
"옛날 달성군 다사읍 박곡리와 방천리 사이에는 작은 다리가 하나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이 다리를 '도깨비다리'(해랑교)라고 불렀다. 낙동강 상류까지 배가 왕래하던 시절 많은 배들이 물건을 싣고 부산에서 이곳까지 왔다. 이 가운데 해랑이라는 어린 딸과 이곳에 정착한 여인이 있었다. 이 여인은 나루터에 주막을 차렸고 사람들은 여인을 해랑어미라 불렀다. 세월이 지나 돈을 많이 모은 해랑어미는 딸을 시집보내고 홀로 남았다. 외로움이 솟구친 여인은 강 건너 마을 홀아비와 사랑을 하게 됐고 밤마다 만나게 됐다. 딸은 물길이 세찬 내를 매일 건너다니는 어머니에 대해 걱정이 앞섰다. 겨울에도 발을 걷고 차가운 물속을 건너는 어머니를 위해 딸과 사위는 몰래 강가에 가서 돌을 들어다가 며칠 만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마침내 두 사람은 결혼을 했고 동네 사람들은 갑자기 생긴 다리를 두고 도깨비가 밤에 몰래 놓은 것이라고 해서 '도깨비 징검다리'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해랑의 효행으로 놓인 다리는 홍수가 나도 떠내려가지 않자 동네 사람들은 도깨비가 놓은 다리라고 철석같이 믿게 됐다."
대구테크노파크 김요한 박사는 "해랑교는 어머니의 순수한 사랑에다 딸과 사위의 효행이야기를 결합한 스토리텔링을 하면 누구나 건너고 싶은 돌다리가 될 수 있는 소재다"고 말했다.
1999년 대구박물관과 영남매장문화재연구원은 수성구 상동 지석묘 유적지와 북구 서변동 택지개발지구와 동화천 평야지대에서 빗살무늬토기 등 신석기 유적을 발굴했다. 대구지역에 정착한 신석기시대인들은 낙동강을 타고 들어와 금호강 주변에 모여 살아 금호강변은 선사시대부터 유적이 즐비하다. 그야말로 대구에 문명을 실어나르고 살찌운 '워터루트'(Water Roote)였다.
이 밖에도 고려시대 왕건의 생환로(킹덤로드), 화원·성산·달성토성, 한국전쟁 시 낙동강방어선의 요충지, 조선시대 무역항(사문진과 강창) 등 금호강을 끼고 있는 문화콘텐츠가 마치 보물창고 같다.
조영성 대구시 낙동강살리기추진단장은 "금호강과 샛강의 인프라사업이 완료되면 많은 문화유산과 생태자연 자산을 활용한 강변 스토리텔링사업을 고민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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