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었다. '겨울잠'을 막 떨쳐낸 자연은 어떤 얼굴일까. 게으름을 떨쳐내고 무작정 자연을 찾아 나섰다. 혼자라도 좋다. 봄 햇살과 막 피어나는 낙동강변의 버들강아지, 얼굴을 간질이는 바람조차도 모두 친구다. 봄 속에 나를 내맡긴다. 찬 기운을 담은 싸한 바람 속에서 솔 냄새를 찾아냈다. 야산의 솔숲은 고요하다. 겨울의 웅크림에서 변신을 위해 껍질을 벗기는 중이리라. 한 달 후엔 참꽃이 지천으로 널려 결혼을 앞둔 신부처럼 화사한 모습일 테지.
이처럼 화려한 봄을 그냥 내버려둘 것인가? 주말엔 무조건 나서고 보자. 마음 맞는 사람끼리 가까운 산과 강변길을 걸어보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먼저 상주로 향했다.
상주에는 산길(Mountain Road)·강길(River Road)·들길(Field Road)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13개의 'MRF 이야기 길'이 있다. 새로운 개념의 올레길이다. 이 중 가장 아름답고,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길은 '낙동강 이야기 길'이다. MRF 회원인 성균제(55·상주시 신봉동)·장진희(50) 씨 부부와 심평상(48·문화관광해설사), 윤종연(44·상주시청 공무원) 씨가 길동무로 따라나섰다. MRF 코스를 개발한 상주시청 문화체육과 전병순(55) 담당이 앞장섰다. 낙동강 1천300리 중 경치가 가장 아름답다는 경천대(상주시 사벌면)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터. 경천대 전망대에 오르면 안동 하회마을과 거의 흡사한 모습이 펼쳐진다.
본격적인 걷기는 경천대~경천교~회상 나루터~동봉~비봉산~청룡사~상도 촬영장~경천대로 이어지는 원점회귀 코스. 10.8㎞ 구간이라 천천히 걸어도 3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출발점은 경천대 주차장이다. 경천대 고갯마루에서 MRF 이정표가 길 안내를 한다. 야트막한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곧 상주 자전거박물관이다. 자전거박물관 앞쪽 경천교를 건너면 낙동강 자전거 투어로드와 마주친다. 강길을 100m 정도 걷다가 좌측 산길로 접어든다. 한참을 걷다 보면 낙동강 투어로드와 다시 마주친다. 파란색의 MRF 화살표를 따라 비봉산 정상에 오른다. 가장 힘이 드는 지점이다.
정상 조망대에 오르면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이 바라보인다. 가슴이 탁 트인다. 낙동강에 무엇인가 외쳐보고 싶다. 산허리를 돌아서면 청룡사에 닿는다. 동행한 장진희 씨는 "청룡사는 한 폭의 산수화"라며 감탄한다. 청룡사 좌측 산길로 내려서면 TV 드라마 '상도'를 촬영했던 곳이다. 이제 경천교까지는 평평한 강변길의 연속이다. 경천교에서 발자취를 뒤돌아보니 비봉산과 청룡사가 그림 같다. 우리가 저곳을 한 바퀴 휘돌아온 것인가?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는다. 낙동강과 좀 더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일행은 "내친김에 '나각산(240m) 숨소리 길'까지 가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숨소리 길의 출발점은 낙동면 낙단교 입구 낙동강 한우촌. 낙동강 둑길을 따라 낙단보 공사 현장이다. MRF의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 산길로 접어들어 20여 분 오르면 체력단련장에 도착한다. 곧이어 나각산 정상까지 오른다. 깎아지른 절벽이다. 상주시에서 지난해 이곳에 목책 계단 길을 설치했다. 아름다운 목책 계단을 재미있게 오르다 보면 나각산 꼭대기다.
동행한 성균제 씨는 "정상 부분이 절벽이라 접근하기 어려워 예전엔 밧줄을 타고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나각산 정상 전망대에 오르면 영화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탄성이 절로 난다. 낙동강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답답했던 가슴이 탁 트인다. 전병순 담당은 "낙동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나각산이 최고"라고 말한다. 이뿐 아니다. 정상부분 제1전망대와 제2전망대는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다. 기막힌 풍경이다.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다시 찾아오리라' 다짐하면서 발길을 옮긴다. 정상에서 우측 바위 옆 길로 내려서면 개고사리 군락지와 산죽 밭 끝자락에 '마귀할멈굴'이 나온다.
심평상 문화관광해설사는 전설 같은 '마귀할멈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아기자기한 능선길을 타고 내려오면 낙동강 길로 이어진다. 낙동강은 새 모습으로 탈바꿈이 한창이다. 한 달 후 나각산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다시 오고 싶다는 의욕이 강렬하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shn@msnet.co.kr
▶가는 길=상주-여주 간 중부고속도로를 이용, 상주IC에서 내린다. 좌측 대구 방면 국도로 10여 분 달린 후 우측 낙동으로 내리면 된다. 국도를 이용할 때는 상주 낙동면 낙동리 낙단교를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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