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빈곤한 나라를 판단하는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의사의 눈으로 볼 때는 성병의 유병률을 보면 경제뿐 아니라 사회생활 전반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값싼 항생제조차 귀한 나라에서는 당연히 임질'요도염 같은 성병이 만연할 뿐 아니라 기본적인 감염성 질환도 흔해 의료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성병은 결핵'나병처럼 가정을 파괴해 버리기 때문에 과거에는 '망국병'(亡國病)으로 치부됐다. 특히 성병은 자식에게 각종 선천성 질환이나 불치병을 남길 수 있어 대를 이어 불행한 사태를 초래하기도 한다. 매독(梅毒)은 이런 면에서 가장 무서운 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여년 전부터 매독이 거의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성병예방 사업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국내 의료시설이나 체계가 선진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몇몇 경인지역 비뇨기과 의사들이 매독 환자를 여러 명 치료한 적이 있다고 밝힘으로써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마 동남아 국가를 비롯한 여러 나라와 산업적 교류, 인구이동 등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게다가 수년 전 성매매에 대한 강력한 단속 이후 향락산업이 음성화되면서 성병예방 사업이 느슨해진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항생제 처방과 구입이 비교적 쉽기 때문에 성병으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은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매독은 반드시 벤자딘 페니실린을 주사해야 90% 이상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려되는 것은 얼마 전까지 국내 모 제약회사에서 제조하던 마지막 페니실린의 생산이 중단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생산원가도 안되는 약가와 처방되는 약의 양도 미미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페니실린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물론 페니실린 대체로 쓸 수 있는 항생제는 많다. 그러나 효과가 떨어지고 2~4주 장기간 투여해야 하므로 환자들이 자의로 치료를 중단할 수 있어 완치가 어려워진다. 2, 3기 매독으로 진행될 수도 있어 예방적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단은 불결한 성관계에 노출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높이고 주의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박 철 희(계명대 동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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