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직토크](17) 모드(Mode)냐 록(Rock)이냐

모드족, 아담한 스쿠터'말쑥한 차림…거친 로커족과 달라

대중음악계에서는 19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를 '록의 황금기'(The Golden Era Of Rock)라고 부른다. 브리티시 인베이전으로 대변되는 영국록의 전성기도 이 때이며, 플라워 무브먼트로 불리는 미국 싸이키델릭 음악의 전성기도 이 때이다. 양식적인 면에서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전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록이라는 공통 분모를 완성시킨 시기이다.

특히 영국에서 록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재미있다. 미국 음악의 소비 국가 처지였던 영국이 생산 국가로 변모했다는 점이다. 대중적인 성공은 비틀스에서 비롯되지만 영국록계는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수행한다. 그 결과는 이후 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장르를 만들어 낸다.

영국록은 음악뿐만 아니라 외견으로 보이는 스타일에서도 록의 전형을 만들어 낸다. 흔히 록음악이라면 남성의 장발머리와 금속 액세서리를 생각하지만 이는 헤비메탈이 등장한 이후의 유행이다. 60년대 중반 런던 언더그라운드는 오히려 비틀스 풍의 더벅머리와 정장 차림을 한 젊은이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모드족이라고 불렀는데 남성적이고 거친 로커족과 차별화 했다. 가죽점퍼와 굉음을 내는 모터바이크는 로커의 전유물이었고 모드족은 아담한 스쿠터와 말쑥한 차림을 선호했다.

모드라는 말은 모더니스트(Modernist)에서 온 말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기성 세대에 대한 반감은 이유 없는 반항의 시대를 만들었고 이들은 영화와 재즈, 로큰롤에 열광한다. 특히 프랑스의 누벨바그(Nouvelle Vague:새로운 물결) 영화는 영국 청년들에게 큰 영향을 준다.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프랑수아 트뤼포의 '피아니스트를 쏴라'같은 영화는 모드족의 교과서가 된다. 기존의 뻔한 가치에서 벗어나 특화된 문화를 추구한 것이다.

하지만 영국록은 같은 모드 계열이라도 다양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 다양함이 영국록을 만들어 낸 힘이었지만 시작은 영국 특유의 계급 의식에서 비롯되었다. 모드의 시작을 비틀스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영국 상류층 청년들로부터다. 이들은 노동자 계층 청년들이 즐기는 로큰롤을 거부했고 재즈와 리듬 앤 블루스를 자신들의 영역으로 만든다. 제임스 딘이나 엘비스 프레슬리가 출연하던 미국 영화를 외면하고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에 빠져든 것이다. 이들로부터 시작된 모드가 비틀스에 와서 꽃을 피운 것이다.

록의 황금기, 영국록은 모드냐 록이냐 또 같은 스타일이라도 어느 계급 출신이냐에 따라 다양한 음악이 만들어졌다. 다양성이야말로 영국록을 예술과 문화로 승화시킨 원동력인 것이다. 그리고 영국록은 최고의 수출품 가운데 하나다. 돈도 잘 번다. 다양성을 외면한 채 쏠림으로만 일관하는 한국대중음악계가 돈이라도 잘 버는지 궁금하다.

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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