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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1주기… 이름까지 바꿔야 한 '영웅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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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하늘나라로 보내고 가족 엄청난 고통"…故 한주호 준위 딸 슬

"이제는 정말 잊고 싶어요. 그만 좀 괴롭혔으면 좋겠어요. 죄송합니다…."

지난해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천안함 수색 및 인명구조 작업에 투입됐다가 순국한 고(故) 한주호 준위의 딸 슬기(21) 씨. 5일 동안 숨바꼭질을 하며 겨우 전화통화에 성공했지만 그와의 짧은 통화에서 지난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1년 동안 우리 가족은 엄청난 일에 시달렸어요. 이젠 그만 고통받고 싶어요."

그래서인지 슬기 씨는 이번 학기 지역의 한 대학에 복학하면서 평범한 대학생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름까지 바꿨다. 학교 측은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남들의 관심을 피해 조용히 학교생활에 전념하기 위해 개명을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슬기 씨는 1년 동안의 심경에 대해 "할 얘기가 가슴 속에 수없이 많지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너무나 커서 힘들었어요. 또 언론에서는 하지 않았던 말까지 대서특필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특히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는 작은 것이라도 언론을 거치면 크게 나가는 바람에 이 모든 게 가족에게 비수가 돼 돌아왔어요."

슬기 씨의 지인들은 "너무 힘들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어요.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신 뒤 집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 행패를 부리는 사람까지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슬기 가족은 지난해 말 그동안 살던 경남 진해 해군관사에서 나와 인근 다른 도시의 아파트로 이사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슬기 씨도 올 초부터는 학교 기숙사로 이사했다.

정든 집을 옮기고 이름까지 개명할 정도로 슬기 씨는 지난 1년 동안의 가족 이야기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나와 가족에 관한 어떤 말도 이제는 하고 싶지 않아요. 지난 1년은 정말 잊고 싶은 기억뿐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늘나라에 계실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 한참을 침묵하던 슬기 씨는 "매일매일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에게 안부를 묻고 있어요"라고 했다.

슬기 씨는 시민들의 관심이 자신의 가슴을 후벼 파는 비수로 돌아오지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은 더 하늘 높이 향하고 있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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