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야구의 도시'로 이름 높지만, 대구 수성구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야구팀이 없다. 대구시체육회와 대구시야구협회, 대구시교육청 등에서 초·중학교 야구팀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번번이 학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대 논리에 밀렸다. 이른바 '수성학군'의 위세에 야구팀이 발을 붙이지 못한 것이다.
이런 수성구에 2009년 12월 수성구 리틀야구단(단장 이진훈 수성구청장)이 만들어졌다. 수성구 리틀야구단은 예상을 깨고 대박을 쳤다. 단원 30명을 모집했으나 창단 후에도 신청자들이 몰려 심사 후 10명을 더 늘렸다. 창단 후 운영 2년째인 올해는 대회 우승까지 일궈냈다.
지난달 9~17일 대구 라이온즈 리틀야구장에서 열린 제2회 한국리틀야구연맹 영남지부장배 리틀야구대회에서 수성구 리틀야구단은 창단 후 대망의 첫 우승을 차지했다. 대구경북 지역 18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 대회에서 수성구 리틀야구단은 승승장구했다. 예선 1차전에서 구미시 리틀야구단을 15대0, 2차전에서 동구 리틀야구단을 9대0으로 가볍게 물리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어 전통의 강호인 대구 라이온즈 리틀야구단을 7대3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결승에 올라 남구 리틀야구단을 6대4로 물리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수성구 리틀야구단이 단기간에 큰 인기를 끌며 자리 잡게 된 데는 몇 가지 바람직한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리틀야구가 학교 공부에 근본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생활체육이기 때문이다. 토·일요일에만 연습하고 경기하기에 학부모들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 여기에 최근 수년간 전국적으로 몰아친 '야구 즐기기' 열풍도 한몫했다. 야구가 큰 인기를 끌면서 야구를 하겠다는 아이들의 성화에 부모들이 버티지 못한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수성구 리틀야구단은 수성구청에서 경기장을 마련하고 야구팀의 예산을 지원하는 구립 야구단이라 폭발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다. 구청의 지원 덕분에 수성구 리틀야구단의 회비는 다른 리틀야구단에 비해 크게 저렴하다.
또 수성구청은 야구단 운영을 수성구생활체육회에 맡겨 회비 문제 등으로 인한 잡음을 없앴다.
수성구 리틀야구단의 학부모로, 야구단의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수성리틀지기' 박재정 씨는 "수성구 리틀야구단이 창단 2년 만에 우승한 것은 '야구의 도시' 대구에서 야구 꿈나무들에 대한 투자와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라며 "전용구장이 있고, 훌륭한 지도자가 있기에 효율적인 훈련이 가능했으며 단기간에 우승이란 좋은 결과를 냈다"고 했다. 박 씨는 "공식 회비 4만원과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1만원 등 회비는 5만원이 전부"라며 "다른 팀의 학부모들이 부러워하는 적은 비용으로 두 아들에게 야구의 꿈을 심어주고 있다"고 좋아했다.
수성구생활체육회는 야구단 창단의 주역이다. 높은 야구 인기에도 지역 초'중학교에 야구팀이 없는 점을 구청에 설명하고 리틀 야구단의 창단을 건의해 성사시켰다. 특히 구청은 수성구 매호동 남천 둔치에 전용경기장을 마련하고, 감독 인건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수성구생활체육회 홍민규 씨는 "창단 당시 구민들이 리틀야구단에 기대 이상의 관심을 보여 놀랐다"며 "지금은 야구단이 차분히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홍 씨는 "창단 후 첫 우승을 해 기분이 좋지만 성적을 내기 위한 팀 운영은 자제할 것"이라며 "아이들이 야구를 통해 건강을 다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수성구 리틀야구단은 현재 서태덕 감독과 코치 2명, 선수 33명으로 구성돼 있다. 5학년이 12명으로 가장 많고 4학년과 중 1학년이 각 8명, 6학년이 5명이다.
한편 수성구생활체육회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0일까지 리틀야구단의 단원을 추가 모집하고 있다. 단원을 3학년부터 뽑는데 올해 진학으로 3학년이 한 명도 없는 실정이라 추가 모집에 나선 것. 4~6학년도 일부 추가 모집할 예정이다. 단원은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달리기, 캐치볼 등을 심사 후 최종 선발한다. 문의 수성구생활체육회(053-755-5030, 753-4315).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수성구 리틀야구단 명단(9일 현재)
▷4학년(8명)=최형석(고산) 박이준(수성) 박연호(만촌) 김성동(중앙) 김태규(매호) 김정훈(매호) 김태준(사월) 문승은(사월)
▷5학년(12명)=강장환(경동) 김도영(경동) 정상훈(경동) 이제헌(경동) 최준우(중앙) 김민규(중앙) 김민수(동일) 권민재(동일) 송동욱(노변) 김동현(매동) 류현식(용지) 신우석(신매)
▷6학년(5명)=김태훈(매동) 한진수(매동) 성대영(범일) 신동혁(범어) 배민재(동일)
▷중1년(8명)=조성우(매호) 김민성(매호) 유준혁(고산) 이창규(고산) 오성민(고산) 백우진(대륜) 김용환(대륜) 박은후(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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