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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왜곡죄 시행에 경찰 수사 부담에다 혼선…우선 수사는 경찰, 공수처 중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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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법왜곡죄 관련 혼선 있어", 업무 기피하는 분위기도 높아
'공수처냐 경찰이냐'…수사기관 기준 마련되지 않아

전국 법원장들이
전국 법원장들이 '사법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12일 오후 충북 제천 포레스트 리솜에 마련된 비공개 정기 전국 법원장 간담회장에 들어가고 있다. 이 간담회는 오는 13일까지 진행된다. 연합뉴스

법왜곡죄 시행 이후 법관과 검사 등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이 잇따르면서 경찰 등 수사당국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법왜곡 여부를 판단하려면 재판과 수사 과정에서의 '의도성'을 입증해야 하지만, 기준이 불명확하고 선례도 부족해 초기 수사 단계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법관은 고위공직자에 해당하는 만큼 수사 주체를 둘러싼 혼선도 불거지고 있다. 해당 사건을 경찰이 맡을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담당할지 명확한 기준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법왜곡죄 수사하는 경찰 부담 불가피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관 등을 상대로 한 법왜곡죄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에는 지귀연 부장판사 사건이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배당됐고, 법왜곡죄 '1호 수사'로 꼽히는 조희대 대법원장 사건도 같은 부서가 맡게 됐다.

앞서 이병철 변호사는 지귀연 부장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 기준으로 산정해 부당하게 석방했다는 취지로 고발했다. 이밖에도 다른 법관들을 겨냥한 고소·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왜곡죄는 타인에게 위법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침해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한 형사법관(판사)과 검사를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처벌 수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다.

하지만 정작 수사를 맡게 된 경찰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법왜곡죄는 법관 등 공무원의 내심을 추측해 범죄를 입증해야 하는 만큼 수사 난도가 높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신설된 조문이라 판례도 없다.

대구·경북 일선서의 한 형사과장(경정)은 "법왜곡죄 관련해서 굉장히 혼선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다른 범죄보다 너무 생소하기 때문에 참고자료부터 교육까지 받아야 할 사안이다"고 말했다.

최근 경찰청이 법왜곡죄 관련 법 조항 참고자료를 일선 경찰서에 배포한 것도 수사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함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자료에는 법률 적용 판단에 필요한 각 조항의 취지와 의미 등이 담겼다.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강제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왜곡의 의도성을 입증하려면 재판부 내부 자료 등 물증 확보가 핵심이지만, 영장 발부 권한이 법원에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또한 대법원 행정처가 최근 법왜곡죄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계획 중인 만큼, 법원 차원에서 수사 협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법왜곡죄를 수사하던 경찰이 되레 피의자로 전환될 수도 있다. 사건을 고발한 당사자가 수사 진행이 미흡하다고 주관적으로 판단해 경찰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일선서 경찰들은 법왜곡죄 수사를 꺼리는 분위기다. 대구 한 형사과 경감은 "현실적으로 판사를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위기"라며 "기존 수사 업무도 이미 포화 상태인데, 법왜곡죄 피의자는 고위공직자라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투입된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가능하면 사건이 배당되지 않기를 바라는 등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우선 수사기관은 어디인가

법왜곡죄로 고발된 법관 사건의 수사 주체를 정하는 문제도 과제로 지적된다. 현행법상 동일 사건이 경찰과 공수처에 동시에 접수될 경우 어느 기관이 우선 수사할지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검사의 범죄 혐의점을 포착하면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되어 있는 반면, 판사는 적용되지 않는다.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법왜곡죄가 포함되는지도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법 제2조는 형법 제122조부터 제133조까지의 범죄를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법왜곡죄는 형법 제123조의2로 신설된 조항이다. 공수처 수사 범위가 법왜곡죄 조항 도입 이전에 정해진 만큼, 법 개정 전까지는 수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법왜곡죄는 다른 수사대상 범죄와 함께 고발됐을 경우 관련 범죄로 수사가 가능하지만, 단독범죄로 고발되면 검토해봐야 할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사건을 놓고 검토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수사를 할 수 있다거나 없다는 점을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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