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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겁나서…" "한우 반값이라…" 한우 내쫓는 미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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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대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8일 오후 대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구제역 끝난 지가 언젠데…."

19일 오전 11시 대구 북구 칠성시장. '한우전문점' 간판을 보고 정육점으로 들어섰지만 냉장고에 진열된 고기에는 '미국산'이라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분주하게 고기를 손질하는 정육점 주인의 손에 잡혀 있는 것 역시 미국산 쇠고기. 한우 전문 판매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한우만 내놓고는 장사가 안 돼서 미국산도 들여놨다"며 "구제역이 끝났다는데도 손님들은 여전히 불안해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맞은편의 육류 도매상. 한우를 광고하는 문구의 입간판을 세워놓았지만 가게 안에서는 미국산 쇠고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도매용뿐만 아니라 가정용으로 포장해둔 것도 미국산이 대부분이다. 정육점 주인은 "광우병 소라고 미국산은 거들떠도 안 보더니 요즘은 찾는 사람이 많아 가져다둘 수밖에 없다"며 "한우 팔아서 자식들 다 키웠는데 이제는 한우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고 말했다.

'구제역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구제역 종식 선언 50여 일이 지났지만 한우 소비 감소가 이어지면서 가격 하락세가 멈추질 않고 있다.

반면 값싼 미국산에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면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량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으로 떠오르기까지 했다. 2월 멕시코를 제치고 수입국 1위로 올라섰고 3월에만 2만8천875t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찾는 움직임은 특히 도매시장에서 활발하게 나타난다. 시장 측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판매량은 구제역 발생 전에 비해 2~3배 늘었다. 칠성시장에서 육류도매업을 하는 신재철(32) 씨는 "한우보다 미국산이 20배 정도 많이 나간다"며 "식당 하는 사람들이 미국산의 반응이 좋다며 물량을 많이 늘렸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미국산은 전년 대비 20% 정도 소비가 늘어났다"며 "반면에 한우는 구제역 파동으로 찾는 손님이 급감한 후 아직까지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늘면서 이마트는 19일부터 할인 행사를 시작했으며 홈플러스도 내달부터 미국육류수출협회와 함께 할인행사에 나선다. 현재 대형마트의 수입 쇠고기 판매량 가운데 절반 정도가 호주산이고 미국산은 35% 정도를 차지한다.

한우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이유는 구제역에 따른 불안 심리가 아직 가시지 않은데다 미국산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탓이다.

대형마트가 내놓은 냉장 갈빗살의 경우 한우는 100g당 5천~6천원, 호주산은 4천원대지만 미국산은 반값 수준인 2천원대다.

김연경(35'여) 씨는 "구제역이 끝났다지만 아직 안심이 되지 않아 미국산에 손이 간다"며 "한 번 먹어보니 맛도 괜찮고 가격도 저렴해 앞으로도 자주 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한우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한우 종사자들의 탄식도 짙어지고 있다.

대구 한우협회 전영한 협회장은 "구제역에 걸린 소가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며 "안심하시고 한우를 많이 드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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