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3년전, 고엽제 드럼통 250개 파묻은 왜관 미군기지…

1km 떨어진 낙동강 못 믿겠다

주한 미군이 30여 년 전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에서 고엽제로 쓰이는 독성물질을 묻었다는 증언이 나온 것과 관련해 칠곡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9일 칠곡군이 캠프 캐럴 내 고엽제 매립에 대한 진위 파악에 나섰지만 치외법권 지역인 미군부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매립 장소와 매립량 등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환경오염 등 피해에 대한 불안감만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왜관읍 왜관리에 소재한 캠프 캐럴은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의 식수원인 낙동강 본류와 불과 1㎞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아 독성물질이 지하수 등을 통해 유출됐을 경우 수질오염 등 최악의 환경사고가 우려돼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칠곡군 관계자는 "현재 캠프 캐럴의 출입절차가 까다롭고 평소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미군 측은 '단위부대에서 설명하기 곤란하다' '상부의 해명을 기다려야 한다'는 등으로 얼버무리기 일쑤"라며 "이번 고엽제 매립사건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미군과의 협의가 늦어질 게 불보듯 뻔한 사실이다. 당장 해당 지자체인 칠곡군에서라도 나서 캠프 캐럴 바깥 주변 지역부터 지하수 관정 현황과 지하수 오염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는 등 즉각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1978년 당시 미군들이 맹독성 물질인 고엽제를 묻었다면 이미 33년이나 지났는데 벌써 철제 드럼통이 부식해 지하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정부 차원에서 조사와 대책마련이 지체없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캠프 캐럴은 지난 2004년 전까지만 해도 주로 비오는 날 폐유를 유출시켜 말썽이 됐는가 하면 지난 2000년에는 한국 내 미 군무원이 소속된 미연방공무원 노조(NFFE) 측으로부터 석면 오염이 심각하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캠프 캐럴 주변에서는 미군부대의 폐쇄성으로 인해 영내에서 크고 작은 일이 발생해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고 자체적으로 무마하거나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사례가 많아 주민들이 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주한미군 군수지원단이 주축인 캠프 캐럴은 1960년 5월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에 3.2㎢ 규모로 조성됐다. 캐럴이란 이름은 1950년 한국전쟁 때 큰 공을 세운 미군 제5연대 소속의 찰스 캐럴(Charls F. Carroll)에서 따왔다고 전해진다.

대구 미군기지 캠프 헨리(Camp Henry)에 본부를 둔 미국 주둔군(US Army Garrison)이 지휘를 맡고 있는 캠프 캐럴의 부대 내 인원은 2008년 말 기준으로 약 3천850명이고, 이 가운데 미군이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군 외에 미국 민간인, 한국인 직원, 카투사(KATUSA) 등이 근무하고 있다.

주둔 부대는 주한미군 군수지원단, 57헌병 중대, 2정비 중대, 파견 의무대 등이 있으며, 부대 안에 군사시설과 산업시설 외에 체육관, 수영장, 볼링장, 미군 전용 클럽 등 복지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