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지선 내리는데 소비자가격은… 한우값 미스터리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한우 전문음식점을 찾은 이재원(43'대구 수성구 파동) 씨는 메뉴판을 보고 놀랐다. 이 씨는 "한우 경매가가 떨어진다는 뉴스를 접하고 가격이 떨어질 것을 기대했지만 구제역 이후 오른 가격 그대로였다"며 "가족들과 마음껏 한우고기를 즐기기엔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한우 산지가격은 크게 내리고 있지만 음식점 가격은 그대로여서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구제역 이후 한우 산지가격과 도매가격 모두 20%가량 급락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600㎏ 암소 기준 산지가격은 지난해 11월 말 490만원이던 것이 올해 5월 말 38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도매시장 경매가격(1㎏) 역시 지난해 12월 말 1만5천원에서 올해 4월 말 1만2천원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대부분 경북지역 한우고기를 사용하는 대구시내 한우음식점의 가격은 구제역 파동으로 올린 가격 그대로다. 대구시 중구 계산동의 A음식점은 꽃등심 1인분(120g)이 1만7천원이다. 구제역 파동 이전인 지난해 11월 1만5천원이었는데 올해 2월 가격을 올렸다.

A음식점 주인은 "설탕, 간장, 쌀 등 관련 물가가 올랐다. 특히 일본 지진으로 소금은 30㎏ 한 포대에 1만2천원에서 5만원까지 올랐다"며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이 덜 찾더라도 이윤을 남기려면 가격을 내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 남구 봉덕동 B음식점은 한우 소갈비, 꽃등심이 1인분(150g)에 1만5천원으로, 산지가격이 내렸지만 가격은 지난해와 마찬가지이다. B음식점 주인은 "소비자들은 식당이 폭리를 취한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산지가격이 오르내림에 따라 손해와 이익을 번갈아 보기 때문에 이윤 격차는 크지 않다"며 "차라리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격은 유지하면서 산지시세에 따라 1인분 무게를 120g에서 170g까지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우 산지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구제역 이후 한우 소비가 줄면서 식당가가 소비량이 줄어도 매출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영한 한우협회 대구경북지회장은 "구제역 이후 소비자들이 여전히 불안해 하며 한우를 기피하는 바람에 산지가격이 자꾸 떨어진다"고 말했다.

여준호 경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소비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식당들이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 수요가 준 것은 구제역 때 수입쇠고기를 먹었던 소비자들이 소비패턴을 크게 바꾸지 않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경북도는 한우 소비를 늘리고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한우 소비촉진행사 ▷축산물 직거래 활성화 ▷소비자 판매가격 인하 협의 ▷학교급식센터와 연계한 한우 급식물량 확대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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