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드러움 속에 강함이 있었네' 대구지검 여검사 3인

카리스마? 진실 파헤치고자 하는 의지가 클 뿐이죠

대구지방검찰청 소속 여검사인 김미라
대구지방검찰청 소속 여검사인 김미라'백혜련'서경원(왼쪽부터) 검사가 인터뷰가 끝난 후 지검 청사 밖에서 편안하게 사진 촬영에 응했다.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여전사'여검객'여검사'.

3음절의 이 3단어는 듣기만 해도 움찔하게 된다. 연약한 여성이 아니다. 강한 이미지가 절로 풍긴다. 두렵기도 하다. 잘못했다가 언제 섬뜩한 일이 생길지 모를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도 있다.

일반인도 마찬가지겠지만 기자 입장에서도 궁금했다. 영화 속 여전사'여검객이 아닌 현실 속 여검사들의 세계에 대해. 그러던 차에 이들 여검사들을 취재할 명분을 찾았다. 기자가 지난달 신명고 진로 특강에 언론 부문 강사로 나섰는데 법조 부문의 강사로 나선 한 여검사를 만났다. 너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의외였다. 이후 대구지방검찰청 공보업무를 맡고 있는 제2차장검사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기자가 특강에서 봤던 그 여검사를 포함해 3인의 미녀(?) 여검사가 섭외됐다. 이래서 바쁜 중에 이들 3인과 1시간 이상 소소한 얘기들을 풀어낼 수 있었다.

취재 협조를 미리 했던 터라 인터뷰 시작 전 안상돈 2차장검사 방에서 이들 3인의 여검사에 대한 간단한 프로필을 받아 적은 뒤, 이들 3인 중 최고참인 백혜련 검사 방으로 향했다. 아주 부드러운 미소로 반갑게 맞아줬다. 이미 열어준 마음, 이번 취재를 통해 이들 여검사 3인의 세계 속으로 푹 빠져보자.

◆'애 엄마고요! 아내예요'

대구지검에서 각자 맡은 파트에서 열정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이들 여검사 3인의 공통점은 이랬다. 한 남편의 아내이면서 아기 엄마라는 점. 백혜련 검사는 두 아이, 김미라'서경원 검사는 한 아이의 엄마였다.

일단 보편적 여성 중 한 사람이라는 점과 사적으로 만나면 더없이 부드러운 여성임을 밝혀냈다. 기자로서 첫 번째 취재 개가를 올렸다. 순탄한 흐름이었다. 이후 이들 3인의 여검사는 자신의 얘기를 거침없이 술술 풀어냈다. 많이 웃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얘기를 할 때는 자부심과 쑥스러움이 교차하는 표정도 자주 보여줬다.

이들 3인의 특이점은 이랬다. 법학과가 아닌 사회학과를 졸업한 백 검사는 고려대 87학번으로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다. 그래서 그런지 사회정의에 대해서는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었다. 이젠 베테랑 검사로 후배들에게 맏언니 역할을 하지만 후배 검사들에게 모범이 되고자 초임 검사 때의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남편이 시민단체 간부이기도 한 점이 이채로웠다. 현재는 주말부부이기도 하다. 주중에는 관사에서 지내며, 주말이면 서울로 갔다 내려온다.

3인 중 나이나 경력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둘째였던 김 검사는 어릴 적 꿈이 만화가였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만화를 너무 좋아해 지금도 넵툰(인터넷 만화)에 푹 빠져들 때가 많다고 했다. 검사의 꿈은 이렇게 꿨다. 고3 때 시드니 셀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TV드라마를 보다 법조인으로 나온 배우 원미경 역할에 시쳇말로 꽂혀, 법대를 선택한 것. 그리고 대학에서 실컷 놀고 난 뒤, 공부를 시작해 4, 5년 만에 검사의 꿈을 이뤘다.

유일하게 지역 출신인 서 검사는 셋 중 막내인 만큼 가장 신세대적인 모습을 보였다. 백 검사와 김 검사는 명함도 없었지만 서 검사는 명함이 있다고 했다. 이 명함의 용도는 해외 세미나나 정부부처 관련 회의 등 아주 특별할 때만 사용한다고 했다. 100장을 찍어내면 1년 동안 사용하는 명함은 고작 10~20장 정도. 부서 이동 땐 곧바로 폐기된다. 그리고 기자와 고교 특강에서 만났듯 외부와의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

◆실체적 진실 파헤칠 땐, 'No 타협'

1시간여 이들과 인터뷰를 해보니 '여검사는 다 이럴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정답은 이들 3인의 말 속에 있었다. "사람마다 다 다르고, 여검사들 사이에서도 각자 스타일이 있겠죠. 근접하지 못할 포스나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사회정의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부조리에 대해 좀 더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의지는 누구보다 크겠죠."

일적으로 파고들자 확실히 달랐다. '혹시나 피의자 측에서 어설프게 청탁이나 뇌물을 건네려는 등 타협을 시도하려 했던 적이 있었느냐'고 묻자, "변론 차원에서 서로 인정할 부분에 대한 논의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실에서 여검사들에게 회유를 시도하거나 뇌물은 건네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거의 없다"고 이들은 전했다.

기억에 남는 사건을 묻자, 백 검사는 모 건설 대기업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위반에 대해 몇 달 동안 집중수사를 벌였지만 디지털 수사의 초기단계였던 탓인지 증거가 하나도 채택되지 않아 무죄판결이 난 사건을 들었다. 그는 "이 사건은 비록 유죄 입증에 실패했지만 개인적으로 뒤돌아보면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했다. 그리고 서울중앙지검에 있을 당시 세무서 간부의 뇌물수수 혐의를 밝혀내는 집념을 보이기도 했다.

김 검사는 전문분야가 있었다. '지식재산권'. 그래서 그런지 그는 "최근 들어 지식재산권 관련 집단소송이 많고, 선의의 피해자들도 생기는 것 같아 여러 가지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불법 음원 다운로드나 길거리 불법복제 음반과 테이프 등에 대해서는 칼을 댈 수밖에 없다. 짝퉁도 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서 검사는 최근 큰 사건을 하나 해결했다. 고용센터에서 실업자들의 취업 시 그들을 고용한 회사에 월급의 일정부분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는데, 중간에 브로커들이 개입해 자격이 되지 않는 실업자들을 취업시키고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하게 해 정부 보조금 4억여원을 가로챘는데 그 일당 중 2명을 구속하고, 4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는 "국민의 세금이잖아요. 부당하게 빼돌리면 안 되죠"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부드러운 3인의 여검사였지만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고, 사회 정의에 어긋나는 일을 처벌하는 데 있어서는 단호함을 읽을 수 있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3인의 간단 프로필

#1. 백혜련 검사:1967년생(서울 출신),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사법연수원 29기, 자녀 둘, 남편은 시민단체 간부. 현 대구지검 형사3부 수석검사

#2. 김미라 검사:1973년생(경남 합천), 부산대 법학과 졸업, 사법연수원 33기, 자녀 하나, 남편은 의사, 현 대구지검 형사2부 차석검사(지적재산권 전문)

#3. 서경원 검사:1978년생(경북 경주), 연세대 법학과 졸업, 사법연수원 35기, 자녀 하나, 남편은 변호사, 현 대구지검 공안부 검사(사회 집단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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