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북 해법, 우리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 사실을 폭로함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은 일단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비밀접촉의 공개가 외교적으로 전례가 없는 일인데다 북은 '돈봉투까지 내놨다'는 등 거친 용어까지 동원했다. 우리 정부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북한의 공개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행태는 남북문제는 정권과 무관하게 일관된 원칙 아래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우리에게 거듭 강조해 준다.

북의 공개 배경을 두고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은 다음 정부와 거래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지금 정부 여당보다 북에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서면 현 정부와는 다르게 북을 대해 줄 것이란 희망을 갖고 저질렀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다고 북한을 대하는 태도와 원칙까지 바뀔 수는 없다. 대북 해법이 정권에 따라 이리저리 헤맨다면 남북 문제는 풀리지 않는 과제가 될 뿐이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방문에서 기대했던 경협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따른 대중 시위라는 설도 있다. 중국이 요구하는 남북관계 개선 대신 긴장 조성으로 중국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남북의 긴장 조성은 결국 북에게 막대한 피해가 돌아갈 뿐이다. 북이 남과의 관계개선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선 대북제재와 경제지원 중단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남한내 분란을 조성시키려 획책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북 외교에 대한 현정부의 무능을 알리고 돈봉투 운운으로 도덕성을 흠집내려 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북한이 남남 갈등을 부채질할수록 우리의 대북 의식 또한 강경해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북한의 일방공개에 우리 정부가 맞대응을 자제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비밀 접촉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였던 천안함, 연평도 도발의 사과는 우리의 당연하고도 정당한 요구다. 선군 정치를 표방하는 북으로서야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이겠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일은 결코 아니다.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은 남북대화의 전제 조건이다.

남북 문제는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할 일이 아니다. 어느 정부의 치적쌓기로 끝날 일도 아니다. 북이 공격적으로 나오든 유화적 분위기를 연출하든 관계없이 우리는 우리가 세운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그래야 변덕 심한 북에 끌려 다니지 않고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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