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원봉사 열풍] 달구벌자원봉사단 "봉사는 나의 기쁨"

사랑은 더하고, 행복은 나눈다

'날개 없는 천사'. 달구벌 자원봉사단원들의 별명이다. 단원들은 자원봉사를 '기쁨'으로 생각한다. 행복은 이렇게 우리 곁에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다. 날개 없는 천사들은 오늘도 새벽부터 봉사현장에 달려간다. '봉사는, 나의 손으로 남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라는 구호를 늘 실천하는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다.

"봉사도 어엿한 직업입니다. 제 급료를 사회에 환원하고 '보람'이라는 퇴직금을 받았습니다." 대구 달구벌자원봉사단(서구 비산동) 안천웅(51) 이사장은 봉사가 직업이다. 충남 논산 출신인 안 이사장은 위생직 공무원을 그만두고 방역회사를 차렸다. 한동안 잘 운영되던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대구로 왔다. 시골 장터를 전전하며 과일행상, 구두닦이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내 삶이 곤궁해지면서 눈을 뜬 것이 자원봉사다. "제가 베풀지 않아서 불행이 온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셋방살이만 면하면 남을 위해 헌신하며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3년 고생 끝에 기반을 잡았다. 1992년 500만원을 들여 달구벌 봉사단을 구성했다. 평소 뜻을 같이해 온 36명의 단원으로 시작한 순수 봉사단체다. 봉사단을 운영한다는 소식에 지역주민은 마치 구걸이라도 하는 사람들인 것처럼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눈을 질끈 감고 시작한 봉사활동은 어르신 섬기기였다. 평소'어르신은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는 생각을 신념으로 간직해 온 것을 실천하고 싶었다. 회원들은 길거리에서 홀몸노인을 위한 무료급식을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봉사단의 순수한 열정이 알려지면서 주변의 분위기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회원과 후원자들이 늘어났다.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기관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듬해 홀몸노인들의 '사랑의 집 고쳐주기'가옥수리팀을 결성, 단원들이 망치와 드라이버를 들고 맨몸으로 나섰다. 단원들이 봉사활동에 점차 기쁨을 느끼면서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1998년에는 홀몸노인을 위한 가정방문 영정 사진제작'보급팀을 결성하는 등 봉사활동의 영역을 확대하면서 신바람이 났다. 무료급식활동을 기본으로 홀몸노인 생신상 차려드리기, 저소득층 환경개선, 홀몸노인 영정 사진제작, 무의탁노인 야외나들이, 장애인가정 목욕청소 봉사 등을 펼치고 있다. 특히 2001년 4월 달구벌 가요공연단까지 만들어 음악으로 소외계층의 고독감과 외로움을 달래드리고 있다. 병으로 고통받는 어린 환우의 재정을 돕기 위해 심장병어린이 돕기 자선공연도 실시, 모금 전액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맡기고 있다. 이런 노력과 순수성을 인정받아 2004년 대구시로부터 비영리 민간단체(NGO) 승인을 받았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대구자원봉사자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비롯해 3년 연속으로 상을 받는 등 자원봉사단체로서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 2008년에는 봉사부문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삼성 효행상'을 받았다. 삼성재단에서 33년 만에 단체부문 효행상(경로상)을 제정했는데 그 첫 수상의 영예를 달구벌 자원봉사단이 안았던 것. 현재 봉사단은 대구 구·군뿐 아니라 경북도 시군에 지부를 둘 정도로 규모가 확대돼 정기 회원만 2천550명에 이르고 있다. 회원은 '기쁨의 효도관광팀''행복한 빨래방운영팀''사랑의 무료급식팀''희망의 가옥수리팀''어르신 영정사진팀'으로 구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요즘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봉사분야는 '사랑의 골목길 새단장 사업'이다. 낙후된 골목길을 쾌적한 도시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일이다. 지난해 비산6동 주민센터 옆 허름한 주택가 골목길에 '벽화'를 그렸다. 마을이 확 변했다. 주민의 반응도 달라졌다. 아름답고 깨끗한 골목길을 만드는 벽화사업은 전국의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함께 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이재용(60'가옥수리팀장)'문순원(58'복지 실장) 씨 부부는 "자녀 둘을 다 출가시키고 이제 남은 삶을 내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헌신하고 싶다"며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안 이사장은 "봉사는 숭고한 정신이다. 사회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웃을 위한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에서 봉사자들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지팡이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을 더(+) 하세요, 행복을 나누세요' 달구벌자원봉사단원들이 즐겨 외치는 구호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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