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럽發 장출혈성 대장균, 확산되나?

감염원인 규명 못했지만, 한국 유입 가능성 낮아

독일에서 발생한 장출혈성 대장균(EHEC)으로 인한 사망자가 9일까지 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자는 약 2천900명에 이른다. 이처럼 감염자는 늘고 있지만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다. 독일 보건당국은 신규 감염이 꾸준히 줄면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은 낮으며, 대량 확산 우려도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직 감염원 밝혀내지 못해

독일 동부 도시 마크데부르크의 한 쓰레기통 속 오이 조각에서 세균이 검출됨에 따라 새롭게 오이가 오염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발생원인 규명은 여전히 더디다. 영구 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게나엘 로디에르 전염병국장은 "감염원인을 빨리 찾지 못하면 영원히 못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발표된 이번 세균에 대한 DNA 분석 자료에 따르면, 새로운 형태의 더욱 강력한 독소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출혈성 대장균(enterohemorrhagic E. coli, EHEC)이고 혈청형은 O104. 과거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EAEC(enteroaggregative E. coli) 55989와 DNA가 93% 일치한다. 하지만 이번 EHEC O104는 출혈성 대장염과 용혈성 요독 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 HUS)을 유발하는 유전자도 갖고 있다. 일부 항생제에 대한 내성유전자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런 변종 세균이 발생하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장균이 분비하는 독소가 문제

감염되면 심한 복통과 혈성 설사, 구토 등을 호소한다. 대부분 1주일 내 합병증 없이 회복하지만, 일부 감염자에게 콩팥과 혈액, 신경계가 파괴되는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라는 합병증이 발생하고, 증상이 심해지면 숨질 수도 있다.

이번 질병은 대장균 자체 때문이 아니라 대장균이 분비하는 독소 때문에 문제가 된다. 독소가 혈액으로 흡수되면 전신의 모세 혈관을 손상시킨다. 인체는 이에 대응해 혈관을 막는 혈전을 생성하게 된다. 모세혈관이 많은 신장은 특히 이런 혈전에 취약하기 때문에 기능이 느려질 수 있으며 신장 기능이 완전히 중단되는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내성이 있는 변종 박테리아에 항생제를 처방하면 항생제에 취약한 소화기관 속의 다른 세균들이 죽게 되고, 결국 변종 박테리아가 경쟁적 우위를 차지해서 감염에 훨씬 더 적합한 환경이 된다"며 "대장균을 직접적으로 죽이는 항생제 치료 대신 증상을 해결하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내 유입 및 대량 전파 가능성은 낮아

국내 보건당국은 장출혈성대장균에 따른 유럽 발 식중독 사고가 사람 간의 2차 오염을 통해 국내로 확산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장출혈성대장균으로 인한 식중독 사고는 사람 간 전염에 의한 2차 오염으로, 크게 확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럽발 식중독 사고가 국내로 확산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양병국 감염병관리센터장은 "장출혈성대장균 오염으로 인한 식중독은 물을 매개로 퍼지는 수인성 전염병이기 때문에 소수의 사람을 통해 균의 전파가 일어날 수 있지만 2차 오염에 따른 환자수는 1차보다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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