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알자' 시리즈 중 두 번째 주제를 시작합니다. 이번 주제는 '류마티스질환'입니다. 이 질환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류마티스 관절염'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에 해당하는 약 50만 명이 앓고 있는 병입니다. 방치하면 관절조직이 망가져 기형적으로 변하고 급기야 장애까지 낳습니다. 이 밖에도 류마티스 질환은 종류만 무려 120가지가 넘는 다양한 질환을 통틀어 일컫는 말입니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는 어렵더라도 충분히 조절 가능한 질환입니다. 앞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다양한 류마티스 질환의 증상과 치료법, 관리법 등에 대해 알아봅니다.
40세 주부인 김모 씨는 요즘 자원 봉사에 열심이다. 손, 발 관절이 붓고 통증으로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해서 눈물을 흘리면서 지내던 지난 세월이 떠올랐다. 김 씨는 10년 전 둘째를 출산하고 나서 무리하거나 신경을 많이 쓰는 일이 있으면 관절이 붓곤 했다. 이후 관절 곳곳이 아플 때가 일년에 한두 차례 있던 것이 2년 전부터는 부쩍 잦아졌다. 아침에 관절이 붓고 아파서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해서 남편이 아이들을 챙겨야 했다. 결국 견디다 못한 김 씨는 류마티스내과를 찾았다.
진단 결과 재발성 류마티즘에서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진행됐다는 것. 약물치료를 시작한 지 일년쯤 지나서 증상이 조금씩 나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함은 계속됐다. 최근엔 2주에 한 차례씩 주사를 맞고부터는 고통에서 해방됐다. 새로운 삶이 시작됐고, 현재는 거의 불편함이 없이 일상생활을 누리고 있다. 김 씨가 맞는 주사는 생물학적 제제다. 10여년 전부터 류마티스 질환에 쓰이고 있다.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약물이 개발돼 류마티스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45세 박 모씨는 4급 지체 장애인이다. 박 씨가 병을 앓은 것은 5년 전. 양쪽 손목 관절이 붓고 손가락 마디에 통증이 있어 근처 병원에 가서 류마티스가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주위에서 불치병이라는 말을 듣고는 아플 때마다 진통제를 먹으며 참아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류마티스 전문의를 만나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했다. 통증이 사라지면서 증상이 많이 나아졌지만 양쪽 손목과 오른쪽 팔꿈치 관절은 이미 굳어버린 상태. 여전히 일상생활에 불편이 크다. 좀 더 일찍 치료받지 않았을까하며 후회스럽다. 하지만 늦더라도 치료를 시작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 지금도 약물치료를 하며 수영과 걷기에도 열심이다.
◆류마티즘이란 무엇인가?
'류마티즘'(Rheumatism)과 '류마티스 질환'은 같은 말. '류마'(Rheuma)라는 말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흐른다'는 의미를 지녔다. 혈액 속에서 어떤 물질이 흘러나와서 관절이나 근육 등을 아프게 한다고 생각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류마티스 질환자들은 '마치 불이 붙은 듯 아프다'고 표현할만큼 고통스런 질병이다. 흔히 류마티스질환이라고 하면 류마티스 관절염을 떠올린다. 하지만 류마티스 질환은 우리 몸의 관절과 연골, 뼈, 근육, 인대 등에 생기는 모든 질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종류만 무려 120가지가 넘는다. 이 중에 관절을 침범하는 관절염과 이외 장기를 침범하는 비관절성 류마티즘으로 나눌 수 있다.
만약 관절염 외에도 이유없이 미열이 나는 '발열', 입 안의 점막이나 혀가 허는 '구강궤양', 뺨주위에 반점이 생기거나 눈꺼풀 주위 및 손등이 연보라빛으로 변하는 '피부병변', 입이 마르고 눈이 건조한 '구강 및 안구 건조증', 다양한 부위의 근육에 통증이 발생하는 '근육통', 찬물에 손을 담그거나 날씨가 추울 때 손가락 등이 하얗게 또는 파랗게 변하는 '레이노 현상', 남성의 고환 및 여성의 생식기가 허는 '음부궤양' 등이 있으면 류마티스내과를 찾아야 한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관절질환은 사회적으로나 의료계에서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분야 중 하나였다. 환자 대부분이 사회적으로 발언권이 약했던 여성이고, 치료 측면에서도 난치병 또는 불치병으로 여겼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 누구나 으레 앓는 병쯤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류마티스 질환은 만성병이고, 제 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장애를 초래한다.
대한류마티스학회에 따르면, 관절염의 경우 인구 1천 명당 유병률이 2001년 109.2명에서 2005년 146.4명으로 높아졌다. 특히 여성의 경우 환자가 더 많다. 같은 기간 여성 유병률은 163.1명에서 201.5명으로 늘었다.
◆류마티스 질환은 면역체계 이상
류마티스 질환은 주로 관절과 그 주위 조직에 문제를 일으킨다. 대표적 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의 경우,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활막에 염증이 생겨서 활막이 두꺼워지고, 여러 종류의 세포들이 모여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런 문제는 활막 자체보다는 인체 면역에 이상이 있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류마티스 질환은 실제로는 전신적 질환이 관절에 나타나는 표현일 가능성이 크다. 쉽게 말해서 면역 이상으로 인한 문제는 인체 어디서든 생길 수 있지만 주로 관절에 나타난다는 말이다.
우리 몸에 속한 물질이 아닌 다른 물질이 인체에 들어오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이런 면역반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아와 남을 구분하는 것. '자가면역 질환'이란 이런 면역반응에 이상이 생겨서 자기 몸을 외부에서 들어온 대상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것이다. 그 공격 대상이 주로 활막을 비롯한 관절인 경우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나타난다.
류마티스 질환은 대부분 원인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서 특정한 환경적 요인이 더해지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류마티스 질환의 진단은 한두 가지 검사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여러 임상 증상이나 혈액검사, 방사선사진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장기간 경과를 관찰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10여년 간 류마티스 질환의 치료법과 치료 성적은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최정윤 교수는 "치료법에 있어서 과거 100년 동안의 발전보다도 최근 10년간의 발전이 더 크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며 "덕분에 류마티스 질환을 완치할 수는 없어도 충분히 잘 조절할 수 있게 됐으며, 초기 진단할수록 조절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자료제공=대구가톨릭대병원 류마티스및
퇴행성관절염 전문질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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