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LW시장 증권사들의 '반칙'…초단타 매매자에게 조직적 특혜

증권사 한해 수수료 7백억 챙겨

검찰이 23일 주식워런트증권(ELW) 불공정 거래의혹 수사를 통해 그동안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증권사 사장 12명 모두를 기소했다. 증권사 사장들을 재판에 넘긴 것은 선의의 일반 투자자의 피해를 예상하고도 방조했다는 해석 때문이다.

실제 검찰은 "증권사들이 스캘퍼(초단타 매매자)에게 조직적으로 특혜를 제공해 매년 수수료 등 이익을 본 반면 일반투자자는 항상 손해를 봐왔다"며 기소 배경을 설명했다.

스캘퍼가 원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사실상 밀어준(?) 조직적 범죄라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증권사는 초단타 거래가 대부분인 ELW거래에서 손익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속도'를 스캘퍼들에게 보장해주기 위해 증권사 건물 근처에 '부티크'로 불리는 월세 1천만원 상당의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증권사 내부 전산망을 직접 연결할 수 있는 혜택까지 줬다.

스캘퍼들은 프로그램 보안장치인 방화벽 등을 거치지 않고 일반투자자들보다 3배 이상 빠른 속도로 거래할 수 있는 특혜를 받았다. 증권사의 직원에서부터 임원진까지 조직적인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증권사들은 사세 확장과 수익 증대를 누렸다. 거래성황을 가장해 일반투자자 유인은 물론 시장점유율 상승, 수수료 수입 등 '단맛'만 즐겼다. 검찰은 증권사들이 이런 수법으로 지난 한 해에만 711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거둬들였다고 밝혔다.

실제 ELW시장에서 스캘퍼와 증권사는 2009년 말 기준 1천억원 이상씩 이익을 봤지만 개미들은 4천억원이 넘는 손실만 남겼다. ELW시장을 두고 '개미들의 무덤', '정부 공인 하우스' 등으로 불린 것도 이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수익=선'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개미들의 손실을 바탕으로 남긴 수익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도덕적 해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ELW시장에서 빠른 매매가 곧 수익과 직결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증권사들의 책임은 '미필적 고의'(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라기보다 '고의'에 가까워 보인다. 이번 검찰의 기소는 그런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선의의 투자자의 뒤통수를 때린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명백한 반칙'이기 때문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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