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은 창간기념일을 맞아 분야별 대구의 여론 주도층 184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대구의 현주소와 향후 먹을거리, 대구가 극복해야 할 것, 수도권 비대화에 대한 대응 전략, 20년 후의 대구 모습 등을 물어봤다.
◆현재의 대구는 '비관적'
응답자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대구의 현재 상황을 '비관적'으로 봤다. '대구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184명 중 '비관적'이라는 응답이 133명(72.3%) 나왔고 '낙관적' 39명(21.2%), '기타' 12명(6.5%)이었다. 법조계(9명)와 비제조 경제계(10명)는 설문에 응한 전원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15명 중 14명(93.3%), 사회운동 21명 중 19명(90.4%), 학계 19명 중 17명(89.4%), 여성 13명 중 11명(84.6%), 의료 11명 중 9명(81.8%), 청년 18명 중 13명(72.2%), 종교계 11명 중 8명(72%), 문화예술체육 18명 중 12명(66.6%) 이 대구의 현실을 비관적으로 진단했다.
반면 경제계는 19명 중 '낙관적' 9명(47.3%), '비관적' 7명(36.8%)이었고, 행정계 20명 중 '낙관적' 13명(65%), '비관적' 4명(20%) 등으로 답해 대구의 현재를 '낙관적'으로 봤다. 이번 설문 조사 결과 같은 경제계지만 비제조 경제계와 제조분야 경제계가 진단하는 대구의 모습은 전혀 달랐고, 법조계와 교육계가 특히 대구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다양했다. 경제계는 ▷대기업이 없고 ▷지역 내 선도 산업과 선도 기업이 없으며 ▷근시안적이고 전시 행정 남발 등을 꼽았다. 청년계는 ▷폐쇄성, 권위의식, 관료주의 ▷선도 산업 전무 ▷밀양 신공항 무산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시민사회운동계는 ▷리더십 부재 ▷더불어 살아가려는 의식이 약하고 ▷패거리 의식 때문으로 진단했다. 산업 기반이 약하고, 보수적이며, 리더십 부재 등은 전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향후 먹을거리 산업은
백가쟁명식 의견이 쏟아졌다. '향후 대구의 먹을거리 산업'에 대해 전체 응답자 184명 중 54명(29.3%)이 첨단의료, 첨단기계, IT, BT, 신재생 에너지 등 '첨단산업'을 1순위로 꼽았다. 특히 의료계 11명 중 8명(72.7%), 비제조 경제계 10명 중 6명(60%)이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26명(14.1%)이 '섬유산업'을 꼽았다. 여성, 법조, 비제조 경제, 의료, 종교 등 여러 분야에서 섬유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해 대구의 향후 먹을거리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응답했다.
청년계와 문화예술체육계를 중심으로 19명(10.3%)은 '문화콘텐츠 사업'을 선택했다. 사람에 투자하면 비전이 있고, 역사 문화 유적이 많으며 음대와 미술대가 많아 인적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8명(4.3%)은 '관광사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7명(3.8%)이 '서비스와 소비도시'를 꼽았다.
이 밖에도 한방산업(4명), 교육산업(4명), 음식산업(4명), 안경산업(2명), 실버산업 등도 향후 먹을거리 사업의 후보로 올랐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신천에서 바캉스를 할 수 있도록 강수욕장을 만들자', '더운 날씨를 이용해 대표적인 휴양지로 개발하자', '폐수를 정화하고 오염원 저감시
설을 산업화해 대구를 물의 도시를 건설하자', '양반정신을 접목시켜 교육과 문화중심의 정주공간을 만들자'는 제안도 있었다.
◆'대구 이것만은 바꾸자'
응답자들은 대구의 보수성과 배타성을 개혁해야 할 첫 과제로 꼽았다. '대구가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꼭 고치거나 개혁해야 할 분야나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것으로 어떤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49명(26.6%)이 '보수성과 외부인에 대한 배타성'을 꼽았다. 교육(3명), 여성(4명), 법조(3명), 경제(6명), 종교(2명), 청년(7명), 문화예술체육(8명), 학계(3명)는 보수성과 배타성을 대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인맥, 학연, 지연 등에 연연하는 폐쇄성과 배타성이 바뀌어야 글로벌 도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특정정당이 지배하는 정치문화'를 꼽은 응답자도 30명(16.3%)이나 됐다. 특정 정당이 독점하면 경쟁이 없어지고 정책개발의 동력도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행정분야 개혁'을 꼽는 응답자도 13명(7.0%)이나 됐다. 공무원들이 더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고, 복지부동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 또 성과를 창출한 공무원은 연공서열과 관계없이 파격적인 인사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제대로된 지역 일꾼 선출'도 8명(4.3%)이 선택했다. 응답자들은 리더가 철저한 분석과 계획을 통해 청사진을 제시하고 시민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했다.'문화예술영역 개혁'도 5명(2.7%)이 꼽았다. 이 밖에 '교육분야 투자', '칭찬하는 지역 사회 분위기 조성', '이명박 대통령 공약 실천' , '토론문화 활성화', '희생정신 배양' 등도 숙제라는 의견이었다.
◆행정시스템 '불만'
대구의 여론주도층 10명 중 8명은 대구의 행정시스템과 대구시의 정책 방향에 대해 불만이라고 대답해 충격을 주었다. '대구의 행정시스템과 대구시의 정책 방향에 대해 만족하십니까'는 질문에 '불만족' 144명(78.2%), '만족' 33명(18.0%), '기타' 7명(3.8%) 순으로 답했다. '불만족' 이 '만족'에 비해 5배 가까이 많았다.
'불만족' 대답은 행정계를 제외하고 전 분야에서 압도적이었다. 법조계는 응답자 전원이 '불만족'으로 대답했고, 교육(14명)과 청년(17명), 사회운동(20명) 등에서도 '불만족' 비율이 훨씬 높았다. 반면 행정계는 '만족' 11명, '불만족' 7명, '기타' 2명으로 '만족' 비율이 높았다.
불만족 이유는 다양했다. 교육계는 ▷행정 체계가 복잡하고 ▷교육 행정에 잡무가 너무 많다고 응답했고, 여성계는 ▷시민들과 소통 부재 ▷행정 부서 간 이기주의 만연 ▷비전문성 등을 꼽았다. 종교계는 ▷활기 부족 ▷전시행정 남발 ▷정책 일관성 부족 등을 지적했고, 청년계는 ▷비효율적인 탁상행정 ▷창조적이지 못하다고 답했다.
◆20년 후 대구의 모습은?
응답자들은 20년 후 대구의 모습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했다.
'개인적으로 20년 후 대구의 모습은 정치'경제적으로 어떠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낙관적' 72명(39.1%), '비관적' 66명(35.9%), '현재와 비슷할 것' 18명(9.8%), '기타'(예측할 수 없다) 28명(15.2%)으로 대답했다. 교육계('낙관적' 6명, '비관적' 2명, '현재와 비슷할 것' 5명, 기타 2명)와 여성계('낙관적' 7명, '비관적' 4명, '기타' 2명), 의료계('낙관적' 7명, '비관적' 4명), 문화예술체육계('낙관적' 7명, '비관적' 3명, '현재와 비슷' 3명, '기타' 5명), 학계('낙관적' 9명, '비관적' 8명, '기타' 2명), 행정계('낙관적' 11명, '비관적' 6명, '현재와 비슷할 것' 3명) 등은 비교적 '낙관적'으로 봤다.
반면 법조계('낙관적' 4명, '비관적' 5명), 비제조 경제계('낙관적' 4명, '비관적' 5명, '현재와 비슷할 것' 1명), 경제계('낙관적' 3명, '비관적' 6명, '현재와 비슷할 것' 2명, '기타' 8명), 종교계('낙곽적' 3명, '비관적' 5명, '현재와 비슷할 것' 3명, '기타' 7명, 청년계('낙관적' 3명, '비관적' 6명, '현재와 비슷할 것' 3명, '기타' 7명), 사회운동계('낙관적' 9명, '비관적' 12명) 등은 '비관적'이라는 대답이 더 많았다.
'낙관적'인 이유로 '신공항 백지화로 시민사회의 단결력이 높아졌다', '정치의 다양성이 확보될 것',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이 만년 꼴찌에서 벗어나 전국 평균 정도는 될 것', '현재 기반 산업이 고도화되고, 대학 등 교육기관과 연계해 연구개발이 활발해 질 것', '도시 인프라가 잘 갖춰져 문화도시로 발전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놨다.
반면 '비관적'인 이유로 '더욱 보수적인 도시가 될 것', '고령사회가 심화돼 종속도시가 될 것', '인구가 줄고, 특별한 기간산업도 없을 것', '정치가 더욱 퇴보해 일당 독주가 심화될 것', '거점도시의 위상을 상실하고, 중소도시로 몰락해 수도권과 부산 경제권에 흡수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했다.
이창환'백경열'황희진'서광호'김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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