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엽제 묻은 곳, 미군 조사한 곳과 다르다" 스티븐 씨 캠프 캐럴 증언

"헬기장 남쪽 경사면 지금 아스팔트 포장" 그간 엉뚱한 곳 조사

고엽제 매립 의혹을 처음 제기한 스티브 하우스 씨가 27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을 방문해 헬기장 인근 매립 지점에 대해 현장 증언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고엽제 매립 의혹을 처음 제기한 스티브 하우스 씨가 27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을 방문해 헬기장 인근 매립 지점에 대해 현장 증언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 고엽제 매립조사에 나선 한미공동조사단이 2개월여 동안 엉뚱한 곳에서 지표투과레이더와 전기비저항탐사법으로 조사를 하는 등 헛수고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한미군의 고엽제 매립 의혹을 처음 제기한 스티브 하우스(55) 씨는 27일 캠프 캐럴을 방문한 자리에서 "헬기장 남쪽으로 칠곡군교육문화회관 사이 경사면 지역에 고엽제를 묻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지목하고, "당시 고엽제 매립지역 상당 부분이 지금은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다"고 증언했다.

이날 하우스 씨는 "당시 깊이 6~9m, 폭 5.5m가량 축구장 정도의 길이로 땅을 판 뒤 중장비로 드럼통을 아래쪽으로 밀어넣었다"며 "이 과정에서 드럼통이 터져 액체가 흘러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33년이 지나 많이 변했지만 당시 찍은 사진과 주변 풍경을 대조해 고엽제를 묻은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공동조사단은 그동안 하우스 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헬기장 일대와 인근 D구역 등에 대해 지표투과레이더나 전기비저항탐사법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벌여왔다.

하우스 씨는 맨 처음 증언 당시 지목한 지점과 상이한 부분에 대해 "현재 조사단이 헬기장에서 조사하고 있는 지역은 당시에 냄새가 나고 동식물이 많이 죽어 있어 우려스럽다고 지목한 곳이다, 내가 직접 매몰했다고 한 지점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주한미군 2명이 미국으로 직접 찾아와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 내가 직접 구덩이를 파고 묻은 자리(오늘 증언한 지점)를 지목하면서 확인해줬다"고 밝혀 그동안 미군 측이 이 지점을 조사대상에 추가하지 않은 점이 의문시되고 있다.

이날 오후 칠곡군 주민들과 하우스 씨의 간담회 자리에서 주민들은 "조사단이 하우스 씨가 증언했을 때 곧바로 캠프 캐럴로 초청해 현장을 확인, 조사를 했으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우스 씨가 매몰 장소를 지목한 만큼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발굴 조사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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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또 주민간담회에 참석한 정동영 의원 등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민주당 고엽제특위 소속 의원들에게 "정확한 진상 규명과 오염 여부를 밝히기 위해 특별법 제정과 국정조사를 해달라"고 건의했다.

한미공동조사단 한국 측 관계자는 "하우스 씨의 증언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다소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이른 시일 내에 하우스 씨가 지목한 곳에 대해 토양시추 등 조사방안을 협의한 뒤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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