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난 아들이 묻습니다.
"아빠, 볼트가 빨라? 아빠가 빨라?"
"볼트가 훨씬 빠르지."
"왜?"
"아빠는 달리기 선수가 아니잖아."
"그럼 우리나라 달리기 선수 중에선 볼트보다 빠른 사람 있어?"
"없어. 볼트가 세상에서 제일 빨라."
"왜? 우리나라 선수는 왜 볼트한테 져?"
"어, 그건 말이지''' 키 차이도 나고 근육도 좀 다르고…."
아들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유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있는데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마디 합니다.
"난 볼트 이길 수 있는데. 어린이집에서 내가 제일 빠르고 잘 뛰거든. 나, 나중에 어른 되면 달리기 선수 돼서 볼트 이길 거야."
아들은 언젠가부터 볼트를 입에 달고 삽니다. 심지어 자신이 어린이집에서 가장 빠르고, 볼트보다도 빠르다고 우기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고민입니다. 달리기 선수를 시킬지 말지가 아니라 이번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 27~9월 4일) 경기장에 어떻게 하면 데리고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입니다. 큰 경기장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경기하는 장면을 꼭 보여주고 싶은데 대회 때 취재를 해야 하기에 직접 데리고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내에게 부탁하는 방안도 생각해봤지만 아내 혼자 큰 경기장에서 어리고 별난 애들 2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미안하기도 해서 아직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지인 몇몇이 따지듯이 묻습니다. "왜 애들을 동원하느냐. 애들이 뭐 안다고. 원하는 학생들만 데리고 가면 되지. 그 더운 여름 땡볕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현장체험학습(꿈나무 프로그램) 얘깁니다. 그래서 말했습니다. "나는 학교도 안 들어간 애들을 데리고 가고 싶은데도 못 데려가 속상한데, 학교에서 다 알아서 책임지고 데려가니 얼마나 좋으냐."고.
아시다시피 이번 대회는 대구는 물론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다시 유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규모의 대회입니다. 게다가 단일 종목 대회여서 마라톤, 경보를 제외한 모든 경기가 대구스타디움 한 곳에서만 열리기 때문에 관람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도 없습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보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고 항공료·교통비에다 숙박 등 체류비까지 들여 찾아오는 타지인이나 외국인에 비하면 거의 '거저'나 다름없습니다.
굳이 '애국심'이나 '애향심'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안방'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대회를 놓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참 아까운 일입니다. 대회기간 중 하루를 잡아 오전이나 오후에 아이들 손을 잡고 대구스타디움에 소풍 가듯 지하철 타고 가면 재밌고 멋진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 실제 2009년 독일에서 열린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는 경기장을 찾아 경기도 보고 스타디움 주변에서 여유를 즐기며 나들이 기분도 만끽하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넘쳐났습니다. 이미 입장권을 사거나 받은 분들이라면 '추억 티켓'을 이미 손에 쥔 겁니다.
입장권을 구입한 한 후배가 묻습니다. "네 살 난 아들을 데리고 가고 싶은데 표를 따로 구입해야 하는지 그냥 데리고 가서 같이 앉아 봐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확인해봤습니다. 다행히 5세 이하 아동은 부모와 함께할 경우 입장권이 없어도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빈자리가 있으면 자리에 앉혀도 되고 빈자리가 없으면 무릎에 앉혀 함께 관람하면 된다고 합니다. 6, 7세도 무릎에 앉힐 각오만 돼 있다면 무방하지 않을까요. 나아가 부모 동반 미취학 아동이 많을 경우 좌석 구역을 따로 구분해 또래들과 함께 마음껏 즐기고 또 재밌게 경기도 관람하고 안전도 보장받는 방안이 마련되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잔칫상은 마련됐습니다. 19일 후면 멋진 지구촌 최대 잔치가 열립니다. 즐거움이 가득한 '파티'에 혼자 가진 않으실테죠?
이호준(스포츠레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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