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려던 '미녀새'가 속절없이 추락했다. 4년 만의 정상 탈환도, 28번째 세계기록 경신도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30일 열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지존' 옐레나 이신바예바가(29'러시아)가 6위에 그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신바예바는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5m06)에 크게 못 미치는 4m65를 넘는 데 그쳤다. 금메달은 이신바예바와 같은 코치 아래 훈련한 브라질의 파비아나 무레르(30'4m85)에게 돌아갔다. 2위는 독일의 마티나 슈트르츠(30'4m80)가 차지했고, 러시아의 스베트라나 피오파노바(31'4m75)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신바예바는 2007년 오사카 세계대회 이후 4년 만에 정상 탈환을 위해 절치부심했다. 2009년 베를린 세계대회에서 3회 연속 실패로 실격을 당한 뒤 부진했던 과거를 이번 대회를 통해 뒤집을 심산이었다. 기량이 전성기만 못하다는 평가도 잠재우려 했다.
이날 결선에서 4m30, 4m45, 4m55를 건너뛰고 4m65를 첫 도전시기로 잡은 이신바예바는 다른 선수들이 열심히 바를 넘는 동안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자리에 누워 있었다. 차라리 남의 경기를 보지 않겠다는 평소 습관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신바예바는 가만히 있지 못했다. 갑자기 일어나 경기장 주변을 뛰기도 하고 앉은 자세와 누운 자세를 번갈아 가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람객들의 함성과 함께 4m65에 도전한 이신바예바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너끈히 바를 넘었다. 바의 높이보다 20cm 이상 떠올랐을 정도로 몸놀림도 가벼웠다. 그러나 4m75를 1차 시기에서 실패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파비아나 무레르(브라질)와 스베틀라나 페오파노바(러시아), 마르티나 슈트루츠(독일) 등 경쟁자들이 4m75에 차례로 성공하며 그녀를 압박했다. 쫓긴 이신바예바는 곧바로 4m80으로 바를 올려 2차 시기에 도전했다. 주문을 거는 듯 독특한 의식으로 마음을 가다듬은 이신바예바는 장대를 잡고 바를 향해 힘차게 달렸다. 그러나 허벅지에 바가 걸려 떨어지면서 2차 시기도 실패했다. 무레르와 슈트루츠가 4m80에 성공하면서 이신바예바는 벼랑 끝으로 몰렸고,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제대로 도약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경기를 마감했다. 서둘러 용품을 챙긴 이신바예바는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경기장을 떠났다.
이신바예바는 이날 부진의 원인으로 '부드러운 장대'를 꼽았다. 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난 이신바예바는 "컨디션도 좋았고 점프도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장대가 낚싯대처럼 휘었다"며 "점프를 할 때마다 바꿨지만 매번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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