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진의 육상 돋보기] 마라톤과 외부환경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막 경기로 열렸던 여자 마라톤의 우승 기록(2시간28분43초)은 역대 5번째로 좋지 못했다. 대회기록(2시간20분57초)과도 거리가 멀었다. 경기 당시 높은 습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경기 출발 당시 대구의 기온은 24.5℃로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습도가 85%에 이르렀다.

2시간 이상을 뛰는 마라톤 경기는 외부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경기 당일 선수들을 가장 긴장시키는 것은 기온과 습도다.

더위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다. 만약 체온조절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마라톤 완주 시 선수의 체온은 120℃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선수들은 긴 레이스를 펼치면서 호흡과 발한을 통해 높아지는 체온을 조절하고, 또 높은 체온에 견딜 수 있도록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든다.

그러나 높은 기온과 함께 습도가 높으면 레이스 중 체온을 낮추는 증발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 물기를 머금은 대기는 수증기의 포화 정도를 높게 해 피부 표면과 대기 사이의 수증기압 차이를 감소시켜 땀의 증발을 어렵게 만든다. 이 때문에 증가하는 체온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래서 더위와 습도를 함께 고려한 온도지수(WBGT)가 28℃ 이상이면 주최 측에서는 마라톤 경기를 금지 시킨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토너들은 체온조절을 위해 땀을 흘리는 과정에서 다량의 수분과 무기질이 손실돼 심장 순환계통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근육 경련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선수들은 레이스 도중 일정한 간격으로 수분을 공급하지만 약 3.5kg의 체중이 준다. 이는 전해질 손실과 함께 수분이 13, 14% 줄어들기 때문이다. 탈수에 의한 체중감소가 1% 나타나면 2%의 페이스 감소를 가져온다. 수분이 체중의 2% 이상 손실되기 시작하면 심박수와 체온이 상승하게 되고 혈장량 감소와 순환기능 감소에 의해 체온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특히 수분 감소는 전해질 감소를 동반해 전해질의 체내 평형이 깨지면서 효율적인 신경 전달과 근 수축이 방해를 받는다. 따라서 마라톤 경기 시에는 전해질과 함께 수분의 공급이 필수적이다. 레이스 중에 무단 음식공급은 허용되지 않지만 5km 구간마다 수분의 공급이 허용되는 데 이때 선수들은 스포츠영양학을 비롯한 과학의 도움을 받아 집대성한 자신만의 음료를 이용할 수 있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선수들은 다소 차가운 온도(4~10℃)의 음료를 섭취한다. 수분의 체내 흡수를 고려해 적절한 삼투압이 유지되는 조건하에서 탄수화물 등 부족해진 에너지원의 공급도 가능하다. 대회 마지막 날인 4일에는 남자 마라톤이 열린다. 세계의 건각들이 대구의 더위와 높은 습도 등 외부환경을 이겨내고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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