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親朴)이 당의 최대 직능조직인 중앙위까지 장악했다."
1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앙위의장 선거에서 김태환 의원(경북 구미을)이 당선되자 나온 평가다.
중앙위의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이재오 특임장관과 가까운 이군현(경남 통영'고성), 최병국(울산 남갑) 의원이 맡아왔다. 2천100여 명의 대의원과 1만5천여 명에 이르는 회원을 거느린 중앙위는 한나라당이 갖고 있는 최대 직능조직으로 특히 대선후보 경선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5%에 이르는 대의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 조직이다.
김 의장은 취임사를 통해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서 중앙위를 한나라당의 중심으로 세우겠다"며 "제가 드린 약속을 반드시 실천, 기대에 기필코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중앙위는 국회 상임위보다 많은 26개 분과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어 이를 통해 각계각층과 소통하고 얼마든지 저변을 넓혀갈 수 있는 중요한 조직"이라면서 "애당심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점이 숙제지만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대단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앙위를 어떻게든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양대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중앙위 조직을 재정비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고 난제가 적지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 의장은 "중차대한 국면에서 정권재창출의 중심역할을 해보자는 것이 우리 중앙위의 정서"라며 "선거를 치르느라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고 팀워크를 어떻게 맞추느냐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임기가 1년인 중앙위의장의 경우, 매년 선거를 치르느라 조직정비에 나설 만한 시간이 없었던 데다 다른 주요 간부진의 임기는 2년이라는 점이 김 의장의 리더십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는 "친이와 친박이라는 계파 갈등 없는 탕평인사를 통해 조직을 재정비하려고 하지만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며 "그래도 대선준비를 위해서는 인사를 해야 (나를) 따라오지 않겠느냐"며 중앙위 조직의 대대적 정비를 예고했다.
또 당내 최대 직능단체라는 타이틀과 달리 각 분과위에 분야별 전문가보다는 분과위원장이나 중앙위의장의 선거참모들이 논공행상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조직재정비의 명분이 되고 있다. 모래알 같은 조직을 재정비해서 화합시켜 대선과 총선의 최전방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김 의장에게 주어진 우선 과제인 셈이다.
중앙위 내부에는 지금껏 중앙위의장을 맡았던 현역의원들에 대한 불만도 상존한다. 이번 경선은 재선 의원인 김 의장에게 김혜진 중앙위 지도위원단 회장과 남상해 중앙위 부위원장이 도전하는 3파전 구도로 진행됐다. 김혜진 회장은 지난 7'4 전당대회에서 경선규칙에 대한 법원의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이끌어 내면서 화제를 모았고 남 부위원장은 대형음식점 '하림각'을 운영하고 있는 재력가로서 3파전 구도를 형성, 김 의장 측이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도록 했다.
개표결과 총 1천110표 중 김 의장이 55%인 610표를 얻어 '무난히' 당선됐지만 김혜진 후보(364표)와 남상해 후보(136표)가 45%를 얻어 후보단일화가 성사됐다면 박빙의 승부가 될 가능성도 높았다.
이와 관련 김 의장은 "그동안 중앙위를 이끌었던 현역 국회의원들이 중앙위의 역할 제고 등에는 신경쓰지 않고 (중앙위의장이라는) 감투만 누리고 갔다는 등의 불만이 적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래도 현역의원이 맡아서 중앙위를 챙겨야 중앙위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당선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놀고갔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며 중앙위의 위상강화에 대한 의욕을 과시했다.
김 의장은 고(故) 김윤환 전 의원의 친동생이다. 그는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무소속으로 출마, 생환하는데 성공해 제1 사무부총장과 경북도당위원장, 홍보기획본부장 등의 주요당직을 맡은 데 이어 중앙위의장에 선출되면서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데는 성공했다. 그가 '킹메이커'로 불렸던 '형님'의 뒤를 이어 내년 총선과 대선국면에서 어떤 정치적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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