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달구벌을 뜨겁게 달궜던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9일간의 레이스를 접고 4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평균 입장률 90%의 높은 시민 참여 속에 치러진 이번 대회는 역대 대회 중 가장 성공적이었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대구 시민들은 경기 코스로 잡힌 시내 도로의 잦은 통제에도 잘 따랐고, 수준 높은 관전 매너도 돋보였다. 대구시는 이번 대회로 '지방 도시'라는 한계를 뛰어넘었다. 전 세계인에게 대구라는 도시 브랜드를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에서 터를 잡고 사는 대구 사람으로서 요즘처럼 자부심이 큰 적이 없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가 선전을 하는 동안, 지역 대학가에도 모처럼 낭보가 쏟아졌다. 지난달 말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전국 556개 대학 취업률 발표에서 지역 대학들이 선전을 한 것이다. 특히 대구권 대학의 평균 취업률(6월 직장건강보험가입자 기준)은 63.3%로 전국 평균 58.6%를 상회하면서 전국 시'도 가운데 전년보다 가장 높은 취업률 증가폭(8.4%포인트)을 기록했다.
4년제에선 대구가톨릭대의 선전이 돋보였다. 취업률 59.7%로 재학생 1만 명 이상 대구경북 5개 대형대학 중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경북대(57.8%) 대구대(56.4%) 계명대(54.5%)는 전국 4년제 평균(54.5%)을 살짝 넘기는 기록을 냈지만, 이 대학들이 졸업생 3천 명 이상 대형 대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낙담할 수치는 아니다. 특히 경북대는 그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염려가 쏟아지곤 했지만, 졸업생 3천 명 이상 대형대학 중 서울대에 이어 9위를 차지하면서 '맏형 구실'을 했다.
대구권 전문대들은 대약진을 보였다. 졸업자 2천 명 이상 그룹에서 영진전문대가 78.2%로 전국 1위, 영남이공대는 73%로 전국 2위를 차지하면서 전국 전문대 취업률(평균 60.7%) 리스트에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1천 명 이상 2천 명 미만 그룹에선 구미1대학이 전국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영진전문대와 영남이공대는 최근 교과부가 한국 대표 전문대학을 육성하겠다며 발표한 '세계 수준의 전문대학'(WCC'World Class College) 사업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전국에서 7개 전문대만 선정된 WCC사업에 대구에서 2개 대학이나 선정됐다는 점은 이 대학들이 취업률 이외의 전분야에서도 높은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공인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역 대학가의 힘겨운 레이스는 이제 시작이다. 교과부에서는 대학 구조조정의 날을 시퍼렇게 세우고 있다. 며칠 내로 하위권 15% 대학 명단이 발표된다. 사실상 퇴출 명부라는 게 대학가의 생각이다. 대구경북 경우 30여 개의 대학들이 자리 잡고 있지만, 대출제한 대학도 8개나 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우리나라 대학이 너무 많다'며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주문을 했다. 2016년이 되면 고교생 졸업생 수와 입학 정원이 역전되고, 2024년이 되면 졸업생은 지금의 68만 명 수준에서 41만 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나와있다. 이대로라면 대학들의 대량 미충원 사태가 빚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지역의 대형 4년제 대학들은 정원 축소라는 숙제를, 전문대는 이에 더해 '전문계고 출신의 취업 우선 정책'이라는 변수를 맞아 당장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쯤되고 보면 취업률 통계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안주할 일이 아니다. 취업률에 허수가 적잖은 것은 대학가 스스로 잘 아는 사실이다. 조만간 대학가에 닥칠 안팎의 쓰나미에 대처하는 지역 대학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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