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2 소송' 주민약정서 2부, 진위 논란

2달여 시차 두고 작성 주민대표 서명 똑같아…지연이자 지급 등 명시

이달 초 본지가 국방부로부터 단독 입수한 '대구비행장 주변 소음 피해 배상금 집행 현황'에서 담당 변호사가 350억원가량을 챙겼다는 사실이 확인(본지 6일자 4면 보도)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K2 소음 공방이 약정서에 첨부된 동구 주민 대표의 가짜 서명 논란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K2 공군기지 인근 주민이 낸 소음 소송에서 두 달여 시차를 두고 소송대리인과 주민이 작성한 2부의 약정서에 첨부된 주민들의 서명날인 명단이 똑같아 최종 약정서의 '진위' 논란이 일고 있는 것. 두 약정서는 날인한 주민들의 이름 순서와 필체 등이 모두 동일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14일 K2 공군기지 인근 동구 주민들에 따르면, 2004년 8월 11일 소송대리인인 최모 변호사와 주민들은 소송에서 승소하면 성공보수로 승소가액의 20%를 한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맺었다. 당시 지연이자를 지급한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당시 참석한 지역의 주민자치위원장, 주민 등 87명이 서명 날인한 서류를 약정서에 첨부했다.

하지만 통장들이 수임료 20%는 너무 많다며 낮춰줄 것을 요구했다. 한 주민은 "당시 통장들의 영향력이 컸다.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소송을 설득하는 등 어려운 일을 맡았기 때문에 통장들의 입김이 수임료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고 말했다. 결국 논란 끝에 10월 3일 새로운 약정서를 쓰면서 성공보수로 승소가액의 15%와 지연이자를 최 변호사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주민 대표와 통장 등 4, 5명만이 있었다. 문제는 참석 주민이 이처럼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8월 11일 쓴 약정서에 첨부된 주민 87명의 서명날인이 복사본처럼 똑같이 첨부된 것.

2004년 8월 11일 첫 약정서에 서명을 했다는 한 주민은 "2004년 10월 3일 작성된 약정서에 서명한 적이 없는데도 첨부된 서명날인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누군가가 조작한 것 아니냐"고 흥분했다. 서울의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소송대리인과 주민 간에 맺은 두 약정서에 첨부된 서명날인이 주민들의 확인 절차를 무시한 채 복사해 똑같이 첨부했다면 사문서 위조에도 해당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당시 주민 대표는 "통장들이 10월 3일 약정서 작성을 주도했고, 또 8월에 맺은 약정서에 주민 대표는 소송대리인과 수송 수행에 필요한 협의 권한을 갖기로 돼 있었기 때문에 새 약정서를 쓸 때 기존 약정서에 첨부된 주민들의 서명날인을 그대로 첨부해도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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