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 2,500년 역사·사회제도 일목요연한 '완역'

사기/사마천 지음/김원중 옮김/민음사 펴냄

동양 역사학의 아버지 사마천의 역작 '사기'가 완역 출간됐다. 사기본기, 사기세가, 사기열전, 사기 서, 사기 표 등 4천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지은이는 중국의 시원으로 전설인지 역사인지 분명하지 않은 황제(黃帝)부터 한나라 무제 때까지 2천500년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사기 표' 10편과 사회제도와 문물을 기록한 '사기 서' 8편을 끝으로 20년 사기번역작업을 끝냈다. '사기 표' 완역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이루어진 적이 거의 없었던 작업이다.

'사기 표'는 기본적으로 본기, 세가, 열전 등 다른 부분의 부족한 내용을 보완하거나 보충하기 위해 쓰인 것이지만 다른 부분에는 없는 내용을 상당히 포함하고 있다. 사마천은 제목 그대로 연표 혹은 월표인 '사기 표'에서도 일관된 체계와 더불어 구성에 변화를 주어 '무언의 자기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특히 네 번째 편인 '진초지제 월표'는 진(秦)나라 멸망 후 진섭과 항우의 등장, 한나라 통일에 이르기까지 8년에 불과한 짧은 시간을 월별로 기록해, 자신이 그 당시를 얼마나 중요하게 보고 있으며, 당시 역사가 전체 중국역사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를 '소리없는 목소리'로 웅변한다. 사마천은 다른 역사에 대해서는 월별 기록이 아니라 한 해(年) 단위로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사마천의 역사관은 '사기본기'에 황제가 된 적이 없는 항우를 '항우본기'로 묶고 한나라 시조인 유방 '고조본기'보다 앞에 넣었던 역사관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함께 완역한 '사기 서'는 '사기' 130편 중에 예, 악, 천문, 치수 등 사회제도와 문물을 설명한 8편이다. '서'는 예의, 음악, 군사, 역법, 천문, 봉선, 치수, 경제 등에 관한 이론 및 역사를 정리한 것으로 당시 사회의 구체적인 모습을 파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사마천은 '사기 서'에서 '중요한 것은 무력이나 법이 아니라 도를 통한 정치이며, 무위의 정치, 즉 국가는 아무 일 없이 안녕하며 백성은 일을 즐거워하며 편안히 살아가는 다스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역사인식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사기'는 본기 12편, 표 10편, 서 8편, 세가 30편, 열전 70편 등 총 130편으로 구성돼 있으며, 본기, 세가, 열전이 개개인의 활동에서 비롯된 역사를 다루고 있다면, '서'는 사회제도에 주목해 이상과 현실, 변혁과 민생문제 등을 보여준다. 정치, 사회, 문화, 과학 등을 기록하고 있어 문화사나 제도사적 성격을 띠는 것이다.

사마천은 기원전 145년 경 태어나 기원전 90년경 세상을 떠났으며, 기원전 108년 태사령이 되어 무제를 시종했고, 기원전 104년 사기집필을 시작했다. 중과부적으로 흉노에 투항한 장수 이릉을 변호하다가 무제의 노여움을 사 궁형에 처해졌으나, 20년에 걸쳐 사기를 완성하는 무서운 집념을 보였다. 옮긴이 김원중 교수는 건양대학교 중국언어문화학과 주임교수로,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사기 표 416쪽, 3만5천원/ 사기 서 396쪽 2만2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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