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일부 기초자치단체들이 인사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경산시, 대구서구청 등 일부 기초단체장들이 승진을 대가로 각종 금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거나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데서 보듯 승진 인사에 '뒷돈 거래'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공직 내부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역의 한 공무원은 "승진인사와 관련해 '3서 2사(대구), 7서 5사(경북)' 설이 떠돌고 있다"며 "돈을 밝히는 기초단체장이 있을 경우 사무관 이상은 승진에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서기관 승진의 경우 대구 3천만원, 경북은 7천만원, 사무관 승진은 대구 2천만원, 경북 5천만원 선의 돈을 단체장에게 건네야 한다는 것.
실제 지역의 한 전직 기초단체장이 밝힌 인사 비리는 충격적이다. 그는 "단체장이 마음만 먹으면 가장 안전하게 돈을 받을 수 있는 게 인사 관련 돈"이라며, "단체장에 재직할 당시 공무원 2명에게서 은밀하게 청탁을 받은 적이 있지만 인사 때 더 불이익을 줬다"고 했다. 그는 "승진을 대가로 오가는 금품은 가장 안전하고 뒷말이 나오지 않는 돈으로 인식돼 있다"고 털어놨다.
금품 수수 방식도 교묘해지고 있다. 단체장이 직접 나서지 않고 최측근을 내세워 금품을 받는 탓에 법망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 실제 구속 중인 최병국 경산시장의 인사 관련 비리에도 최측근이 개입돼 있다.
이 단체장은 "단체장은 직접 나서지 않고 최측근이 대신 해당 인사에게 '얼마를 준비하라'는 식으로 언질을 주고, 돈을 받는 것도 만일을 대비해 단체장이 직접 나서지 않고 최측근을 통해서만 받는다"고 말했다.
인사 비리는 선거를 통해 단체장을 선출하는 지방자치제가 정착화되면서 더욱 심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선출직 단체장에게 잘 보이려면 선거 때 사생결단식으로 도와주거나 금전적 대가 없이는 승진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경산시는 올해 초 인사에서 지난 지방선거 당시 최 시장의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받은 인사를 국장급 간부로 발령해 말썽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인사 비리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정부는 올해부터 근속 승진 제도를 도입하며 인사위원회를 강화하는 등 공직 사회 비리 척결에 나서고 있지만 워낙 뿌리 깊게 관행화된 탓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열 한국지방자치학회장(경일대 교수)은 "규모가 작은 기초단체는 인사위원회에 들어가는 외부 인사도 단체장과 인간적으로 얽히고설킨 경우가 많아 견제가 쉽지 않다"며 "정당공천을 받으려면 공천헌금이 필요한 탓에 승진 대가로 뒷돈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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