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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창]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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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할 때 건배사로도 등장하는 다소 생소한 외국어가 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말인데 무슨 얘기냐고 물어보면 '오늘을 즐겨라'라는 뜻이란다. 거나해진 술자리에서 들으니 그것이 마치 우리네의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던가 '오늘은 코가 비뚤어질 때까지 마시자!'는 뜻으로 들렸다. 그래서 나름대로 궁금하여 한번 찾아보았다.

라틴어인 이 말이 대중에 널리 알려진 것은 1989년에 나온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주인공 키팅 선생의 대사였기 때문이다. 전통과 규율에 도전하는 학생들에게 자유정신을 고취시킬 때 던지던 말로 영화에서 영어로는 'seize the day'(오늘을 움켜잡아라)라고 정확히 번역되었다.

이 말은 로마의 대시인 호라티우스의 시에서 유래하는데 원전의 문장을 직역하면 이렇다. '오늘을 움켜잡고, 훗날은 최소한만 믿어라.' 여기서 '오늘을 움켜쥔다'는 의미는 이것만 두고 보면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으니 바로 앞의 구절들을 좀 더 보자. '친구여 현명하게 살게나, 포도주를 줄이고…. 지금 우리가 말하는 동안에도 질투하는 시간은 이미 흘러갔을 것이네.' 그렇다면 그 다음 올 말이 '오늘 최선을 다하게, 내일로 미루지 말고'일지, 아니면 '오늘 즐기게, 내일을 믿지 말고'일지는 미루어 짐작이 간다. 과연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돌리면서 시간이 아깝다고 외칠 말인지 의문이 든다.

며칠 전 애플 컴퓨터의 창업자이자 CEO인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다. 삼십 년 전, 청계천 전자상가에서 나온 부품들을 조립하여 만든 8비트 애플 컴퓨터로 카세트테이프 레코더에 프로그램을 넣고 빼면서 나는 감탄을 넘어서 충격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만든 사람이 당시에 나와 같은 이십대라는 것을 알고는 자괴감까지 가졌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내 컴퓨터 편력의 시작에는 그렇게 스티브 잡스가 있다. 그동안 그는 나에게 부러움과 경탄의 대상이기도 하였지만, 더러는 원망과 비난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었지만 애증(愛憎)이 교차되는 친구와 같았다.

그가 2005년 암이란 진단을 받고 1년 뒤에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행한 연설에서 죽음에 관해 언급한 것이 있는데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내가 열일곱 살이었을 때, 나는 이와 같은 것을 읽었습니다. '만일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바른길에 서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에 강한 인상을 받았고, 이후 33년 동안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나 자신에게 말했습니다. '만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는 것을 할까?'"

만난 적 없는 오랜 친구를 애도하면서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과 그 옛날 호라티우스가 외치던 '카르페 디엠'이 혹시 같은 뜻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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