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구수성도서관 별관 2층 강좌실 입구에 들어서자 동화책을 든 앳된 새댁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로 가득하다. 다문화가정 동화읽기대회에 참여할 새댁들이 본 대회에 앞서 막바지 연습으로 얼굴 표정에 긴장감이 감돈다.
대구수성도서관(관장 정경환)은 이날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다문화가정 동화읽기대회를 개최했다. 도서관 동화읽기대회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올바른 우리말과 글을 익히는 데 도움을 주고자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이번 대회에는 중국, 일본, 베트남 등 3개국 30여 명의 다문화 새댁이 참석했다. 참여자는 대구시내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 새댁들로 도서관 홈페이지 참여 모집을 통해 신청한 여성들이다.
대회 참가여성들은 한국에 시집온 지 10년에서 짧게는 2년이며, 나이도 각기 다르다. 어눌한 발음이지만 몸짓하나 얼굴 표정 하나에도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은 영락없는 한국 엄마다.
오누이 이야기에서부터 빨간모자 등 다양한 제목의 동화를 구연하는 새댁들에게 가족은 물론 함께한 이웃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이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지 6년 된 이복춘(47'고령군 다산면) 씨다.
10살이 넘도록 도시구경 한번 못한 산골소년 석봉이가 우연한 기회에 도시 친구 유라를 알게 되어 초대를 받고 두류타워 놀이동산에서 겪은 이야기를 그린 동화 '산골이 좋아요'를 경상도 사투리로 구연해 큰 웃음과 재미를 선사했다. 두류타워를 난생 처음 보는 석봉이 "저기 뭐꼬?" "저기를 우째 올라 가노?" "오줌 마려우면 어째 내려오노?"를 경상도 사투리로 등장인물의 행동을 능청스럽게 연기해 심사위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삼남매를 두고 있는 이 씨는 영남대에서 1년간 연수를 받고 내당초등학교 이중언어(중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다. 이 씨는 한국에 시집오기 전 중국 길림성 류하현 초등학교에서 7년간 교직에 몸담은 경험이 있다. 대구시에는 이 씨 외에도 총 26명의 다문화여성이 이중언어 강사로 활동 중이다.
이 씨는 가족이 함께 모인 저녁 식탁에서 일주일을 맹연습했다. 최우수상을 받아 아이들에게 자랑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글'사진 오금희 시민기자 ohkh7510@naver.com
멘토: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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