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근원과 자연의 순환이치를 설명하면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정서나 감정이 점차 자연을 닮아가는 걸 눈으로 느껴요."
대구의 앞산과 팔공산이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요즘, 계절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느라 여념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앞산에서 숲 해설을 전담하는 강임주(57), 송영란(53), 신선옥(52), 곽현숙(52), 김은숙(45) 씨.
이들은 대구수목원 등지에서 10년 이상 숲 해설 자원봉사를 해온 베테랑들로 올 2월부터는 앞산 큰골 입구에 둥지를 틀었다.
"자세히 보면 예쁘고 오래 보면 사랑스러운 게 숲입니다. 숲을 알면 자연을 보는 눈이 깊어지고 정서적인 소통도 섬세해져요. 특히 유치원생들에게 숲을 해설할 땐 초롱초롱한 눈망울만큼 자연을 닮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앞산 숲 해설 5인방은 자연의 흐름에 따라 월별 활동주제, 목표, 내용을 프로그램화해 다양한 숲의 모습을 보여주고 숲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도토리와 솔방울, 은단풍나무 씨앗을 이용한 오감체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의 활약으로 딱따구리의 숲 생활을 보여주는 구리구리 놀이터의 '나무야 널 보여줘!', 앞산 고산골 화석을 찾아보는 '아주 먼 옛날 대구는', 물가와 물속 생물의 생태계를 설명하는 '물속에는 누가 살아가나', 흙의 고마움과 순환성을 들려주는 '흙아 고마워!' 등은 아이들에게 매우 교육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도토리와 솔방울, 은행, 잣 등을 이용한 휴대전화 고리 제작, 널따란 판자 위에 도토리로 만든 개구리들이 앙증맞은 '개구리들의 합창' 등의 작품은 앞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이한 모양의 은단풍나무 열매를 떨어뜨렸을 때 마치 프로펠러처럼 돌며 하강하는 모습은 유치원생들을 자지러지게 합니다. 어느 장난감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품인 셈입니다. 간혹 등산객들에게 솔방울 휴대전화 고리를 선물하면 어린애처럼 좋아해요."
이 때문에 막내 김은숙 씨는 "오후에 짬이 날 때면 식생조사 후 주워 모은 도토리, 솔방울로 액세서리를 만든다"고 했다. 송영란 씨와 신선옥 씨는 "숲 해설가는 숲 속 비밀을 캐는 사람"이라며 "해맑은 아이들을 상대로 자연을 설명해 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앞산 큰골의 숲 해설가들은 숲 해설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김 씨는 올 8월부터 경북숲해설가협회에 등록, 1주일에 2번 야간공부를 하고 있으며 다른 멤버들도 지역 각 대학에서 자연과 숲 관련 학과에서 수강하고 있다. 이들은 틈틈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식물의 특성과 이름을 익히고 환경관련 다큐멘터리를 즐겨본다.
"어려운 전문용어로 된 암석이름과 수많은 곤충의 이름을 익히기가 쉽진 않아요. 조류의 특징도 잘 알아야 쉽게 전달할 수 있어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봄에 숲 해설을 들었던 유치원생이 가을에 다시 왔을 때 나무이름을 척척 맞히거나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면 무척 큰 보람을 느낍니다."
숲 해설가 5인은 형형색색의 단풍처럼 다양하고도 멋진 해설로 앞산과 숲의 매력을 알리는 데 열정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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