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도 로봇이 청소한다.'
지난달 25일 오후 2시 경북 경산 경북테크노파크 글로벌벤처동 '일심글로발 연구소'. 문을 열고 들어서자 2㎡ 크기의 대형 유리창이 보였다. 유리창에는 책 한 권 크기의 물체가 좌우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 연구원이 유리창에 매직으로 낙서를 해놓자 이 물체가 지나가며 유리창을 깨끗하게 닦았다. 자동으로 유리창을 청소하는 로봇 '윈도로'(WINDORO)다. ㈜일심글로발이 개발한 '윈도로'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유리창 청소로봇이다. 출시와 함께 해외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윈도로는 지역의 섬유업체가 로봇 산업에 뛰어든 진정한 융합의 결과물이다.
◆세계 최초 상용화
유리창 청소로봇은 이미 해외에서 개발 시도가 많이 됐던 아이템이지만 진공흡착방식을 이용하다 보니 안전성과 이동성이 떨어졌고, 진공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드는 에너지 소모가 커 상용화에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일심글로발은 발상을 전환해 강력한 네오듐 자석을 이용한 '윈도로'를 만들어 냈다. 유리를 사이에 두고 내'외측에 로봇을 부착시키면 자력에 의해 서로 떨어질 염려가 없고 이동성을 보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크기와 가격까지 낮출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유리창 청소 로봇을 상용화해 낸 것.
'윈도로'는 한마디로 첨단 기술의 합작품이다. 가로'세로 각각 20㎝ 크기의 조그마한 이 로봇 하나에는 자력조절장치와 충돌감지, 자세측정, 거리측정센서, 추락방지 기능 등 갖가지 기술이 담겨 있다. 로봇이 자동으로 유리창의 면적과 높이를 계산해 자율주행하면서 내장된 전용세제가 분사돼 초극세사 패드가 회전하며 청소하는 방식이다. 유리창의 크기에 따라 청소하는 방식도 스스로 바꾼다. 보통 1㎡ 면적의 유리창을 청소하는 데 6분가량이 소요된다. 150분간 로봇을 충전하면 90~120분을 사용할 수 있다.
이정은 과장은 "특히 함께 있는 리모컨을 이용하면 더욱 많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며 "청소로봇의 이동 속도와 세제량, 이동 간격 등을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수동으로 로봇의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섬유 회사에서 로봇 생산
'윈도로'는 일반 로봇 회사에서 개발된 것이 아니라 더욱 의미가 크다.
일심글로발은 원래 초극세사를 이용해 청소용 섬유를 생산하던 업체다. 그러나 좀 더 부가가치가 높고,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2009년 포항지능로봇연구소와 협력해 유리창 청소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섬유 제품의 경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중국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얻기가 쉽지 않다"며 "미래 회사의 먹을거리를 고민하던 중 신성장을 위해 유리창 청소로봇을 생각해 냈다"고 말했다.
'윈도로'는 섬유라는 지역 전통산업이 지능형 로봇이라는 첨단기술과 만나 이뤄낸 IT 융복합의 성공사례다.
일심글로발은 청소용 섬유 전량을 해외로 수출하면서 구축한 탄탄한 해외 영업망을 이용해 '윈도로'를 수출하고 있다. 특히 유리창 청소에 민감한 유럽을 주요 공략 시장으로 삼았다. 유럽은 2006년부터 유리창 청소로봇 개발에 뛰어들었을 정도로 이 분야에 적극적이어서 현지 기업들이 일심글로발 측에 총판계약을 계속해 제안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리창 청소로봇은 가정은 물론 고층아파트와 쇼윈도 등 바닥 청소로봇보다 더 큰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세계 최초로 로봇을 양산한 일심글로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윈도로를 통해 내년부터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생산라인 공장을 짓기 위해 부지를 물색하는 등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