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대상 홍콩 이민정책 재검토 용의"
홍콩 정부는 '김한솔 사건'을 계기로 북한 주민의 홍콩내 취업 및 유학을 불허해 온 이민정책을 재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리샤오광(李少光) 홍콩보안국장(장관격)이 16일 밝혔다.
리 국장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홍콩국제학교(UMC)에 입학하려 했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손자 김한솔(16)이 비자를 받지 못해 보스니아로 행선지를 바꿨다는 언론보도 내용이 사실이라고 시인하면서 "최근 제기된 문제와 진전상황 등을 고려해 이민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리 국장은 김한솔 등 북한주민에 대한 취업·유학비자 발급 거부 이유에 대해 "김(한솔)에 대해서만 엄격히 적용한 게 아니다. 북한에 대한 이민정책이 타국과 큰 차이가 없으나 북한은 수십년 전 제정된 이민법에 따라 우리 당국이 면밀히 감시해야 하는 소수 대상국 중 하나다"고 말했다.
우리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홍콩보안국의 수장인 리 국장은 홍콩 이민국장과 부패방지위원회인 염정공서(廉政公署.ICAC) 서장 등을 거친 홍콩의 차세대 유망 지도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 14일 방한해 조현오 경찰청장, 이창세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이기환 소방방재청장, 강창순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등을 만나 양국간 사이버 및 출입국 범죄 예방과 단속, 자연재해 방지 등에 대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뒤 이날 오후 출국했다.
아래는 리 국장과 일문일답.
--김한솔이 홍콩에서 공부하고 싶어했으나 홍콩이 비자발급을 거부해 보스니아로 갔다고 홍콩 언론이 보도했는데.
▲현행 이민법에 따르면 북한주민은 홍콩에서 취업이나 유학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김(한솔)에 대한 조치는 최근 이민당국이 마련한 정책이 아니라 수십년째 지속돼 온 정책에 따른 것일 뿐이다. 최근 제기된 문제와 진전상황 등을 고려해 이민정책을 재검토할 용의가 있다.
--대(對)북한 이민정책을 전향적으로 재검토한다는 것인가.
▲북한이 주변국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고 경제발전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관점에서 장래에 이민정책의 변경을 추진할 용의가 있다.
--북한을 '일부 감시대상 국가'에 포함한 것은 월경범죄 등 불법활동 개연성에 따른 조치인가.
▲그런 주장들을 실증할 수 있는 증거들은 아직 없다. 다만 우리 비자정책은 다른 나라들의 전반적인 이민정책 기조를 따른 것이다.
--북한이 홍콩에 총영사관을 개설한 지 지난 2월16일로 10년이 됐다. 현재 '홍콩-북한관계'를 평가한다면.
▲쌍방간 정상적인 관계가 이어져 왔다. 북한은 현지에 체류하는 외교관이나 방문객 등 자국민 보호, 홍콩과 교역증진 등을 위해 총영사관을 세웠지만 쌍방간 교역량은 한국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 방문 성과는.
▲사이버·출입국 범죄 등에 대한 국제공조와 함께 한국에서 배울 수 있는 재난방지 기법 및 원자력 안전분야 등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공부도 할 수 있게된 것이 큰 성과다. 홍콩이 노하우를 축적해 온 출입국 범죄와 부패단속 등에 대한 경험을 나누는 등 서로 경쟁력 있는 분야의 인적교류 등을 늘려나갔으면 좋겠다.
--1960∼70년대 홍콩의 부패경찰을 다룬 '홍콩 누아르 영화'가 인기를 끈 바 있다. 하지만 지금 홍콩은 세계 최저의 범죄율에다 경찰도 '청정 공무원'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변화의 요인을 소개한다면.
▲예전엔 경찰뿐 아니라 정부 대부분 부처들이 썪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특단대책의 하나로 ICAC(염정공서)를 설립해 부패 근절에 진력한 덕에 홍콩이 '청정사회'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단기간에 이런 성과를 낸 데는 조사요원에게 사법권을 주는 등 법, 제도적 측면이나 추상같은 법집행도 도움이 됐으나 끊임없는 대국민 부패교육도 주효했다.
ICAC 설립 후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부터 부패 문제와 신고의식 교육을 했고 TV,라디오 광고도 적극 활용했다. 또 부패의 토양을 없애기 위해 행정절차상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잘라냈으며, 공무원이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임금을 대폭 인상했다. ICAC가 공무원을 집중 감시하고 단속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반부패 정책이 성공하려면 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는 고위층의 정치적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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