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에 쏴라"…카다피 차남 생포 순간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실상 '후계자' 역할을 한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이 19일 새벽 리비아 남부지역에서 체포된 뒤 자신을 죽여달라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이프는 현지시간 오전 1시30분께(한국시간 오전 8시30분) 리비아 남부 오바리 부근의 사하라 사막지대에서 진탄 혁명군 부대에 붙잡혔다.
부대 사령관인 알 아즈미 알 아티리는 사이프는 체포된 뒤 '총으로 머리를 쏴 달라'면서 '시신은 진탄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20일 시민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사살된 부친 카다피가 '살려달라'고 애원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생포 당시 사이프의 태도에 대해서는 증언이 다소 엇갈린다.
사막에서 수개월간 도피 생활을 하는 동안 영양 부족과 불안에 시달린 탓인지 두려움과 피로의 기색이 역력했다는 것이다.
생포 현장에 있었다는 진탄 혁명군 소속의 아메드 아마르라는 병사는 "처음에 그는 매우 겁에 질려 아무 말을 못했다"며 "우리가 자신을 죽일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아마르는 또 "우리가 친절하게 대해주니 그가 좀 진정됐다"고 덧붙였다.
체포에는 사이프 측 인사의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 아티리 사령관은 '카다피 차남이 니제르로 도피하려 한다'는 사이프 측의 제보를 받은 뒤 예상 도주로가 보이는 언덕에 중화기와 권총으로 무장한 병력 15명을 배치한 채 기다렸다고 소개했다.
얼마후 그곳을 지나가던 도요타 랜드크루저 차량 2대를 발견했고 곧 탑승자들이 카다피 차남 일행임을 확인했다고 알 아티리는 전했다. 차에서 내린 측근 일부가 도주를 시도했지만 사막의 모래에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프는 처음 신분을 확인하는 병사에게 "압델살람(평화의 종(從))"이라고 대답했지만, 혁명군 전사들은 곧바로 그가 카다피의 차남이라고 알아차렸고 교전 없이 체포했다고 한 부대원은 전했다.
차량 안에서는 현금 4천달러와 칼라시니코프 소총 몇 자루, 수류탄 하나가 발견됐다.
사이프는 체포 과정에서 이렇다할 저항을 하지 않았고,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주겠다는 제안도 하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목적지가 알제리인지, 니제르인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이프가 붙잡힌 곳은 니제르나 알제리에서 360㎞ 가량이나 떨어진 지점이다.
이송과정에서 찍힌 동영상을 보면 알 이슬람은 사하라 사막의 이슬람 유목민인 투아레그족의 예복과 터번을 착용한 상태였다. 또 수염이 지저분하게 자란 얼굴에 평소처럼 테 없는 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오른손 손가락 3개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손가락 부상은 체포 당시 생긴 것이 아니라 한 달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공습으로 다친 것이라고 진탄 혁명군 대변인이 설명했다.
사이프는 수송기에 동승한 기자에게 "내가 국제형사재판소(ICC)와 접촉했다는 (지난달) 보도는 모두 거짓말"이라며 ICC 접촉설을 부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0일 전했다.
한편 사이프의 신병이 ICC로 넘어가게 되면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 등 카다피 일가와 가깝게 지낸 고위인사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비밀'이 드러날 수도 있다고 영국 일간 메일이 아랍계 언론인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박사 출신인 사이프는 블레어 전 총리나 앤드루 왕자 등 고위인사와도 교류가 있었다.
특히 카다피 일가와 여러 차례 접촉으로 논란이 된 블레어 총리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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