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은 해로운 물질이 기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폐와 기관지에 있는 해로운 물질을 없애는 신체 방어작용이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기침은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기침이 오랜 기간 지속될 때에는 질환 증상의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 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의 심한 기침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정확한 원인을 찾아 조기 치료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3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면 만성기침
주부 조모(59) 씨는 몇 달 전부터 기침이 시작됐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일 주일 전부터는 숨이 가빠오고 기침, 콧물, 재채기, 코막힘에 눈물까지 흘렀다. 약국에서 약을 사 먹었지만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입이 마르고 졸리기만 했다. 눈이 충혈되고, 숨을 쉴 때마다 쌕쌕거리는 소리까지 나기 시작했다.
직장인 최모(41) 씨는 기침이 부쩍 늘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심한 기침이 나오고, 잦은 기침 탓에 현기증까지 왔다. 뭔가 이상하다고 여겼지만 기침 정도는 괜찮을 거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감기 탓에 기침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감기로 인한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때는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 3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을 '만성기침'이라고 한다.
만성기침이 심해지면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의식을 잃기도 하고, 부정맥과 간질 증세, 요실금과 탈장, 피부 아래와 폐에 공기 방울이 차는 기종과 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는 기흉, 기관지 파열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강력한 기침을 하면 내쉬는 숨의 속도는 초속 280m에 이르기도 한다. 갈비뼈와 근육 및 가로막이 순식간에 수축하면서 흉부압박과 같은 엄청난 힘이 순간적으로 가해진다. 때에 따라 근육에 손상이 와서 가슴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3가지 질환이 만성기침 원인의 90% 이상
만성기침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흉부 X-선 사진도 정상으로 나온다면 후비루증후군(비염과 부비동염), 기관지 천식, 위-식도 역류성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후비루증후군은 비염이나 축농증이 있을 때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 것으로, 기관지를 자극해 기침을 일으킨다. 목이 간질간질하고 목에 뭔가 있는 느낌이 들어 소리를 가다듬느라 '음음' 하는 소리를 내는 버릇이 생긴다.
비흡연자에게 생기는 만성기침 원인의 40~50%를 차지한다. 거의 대부분 비염 때문에 후비루증후군이 생긴다. 증상은 목뒤로 가래 같은 것이 넘어가는 것, 목에 뭔가 끼인 듯한 이물감, 잦은 콧물 등이다. 안을 들여다보면 코에 점액성 또는 점액과 화농성 분비물이 있고, 점막에서 울퉁불퉁한 자갈과 같은 점막이 관찰된다.
기관지 천식은 어린이에게는 만성기침의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성인에서는 두 번째로 흔한 원인이다. 증상으로는 천명(숨을 들이마실 때 쌕쌕거리는 소리), 호흡곤란, 기침 등이 있다. 천명과 호흡곤란 없이 기침만을 호소하는 기침 변이형 천식(cough variant asthma'CVA)도 있는데, 이는 만성기침 때문에 병원을 찾는 천식 환자의 28~57%를 차지한다.
위-식도 역류성 질환은 만성기침 원인의 4~21%가량을 차지한다. 위에 있는 내용물이 역류해 식도 부근에 있는 기침 수용체가 자극받아 생긴다. 앞가슴이 쓰라리고, 신트림 등이 있다면 이를 의심할 수 있다.
저지방 식사, 산성음식과 흡연'커피'카페인 등 아래쪽 식도에 있는 괄약근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을 피해야 한다. 또 위장관 운동을 증진시키는 약물 등을 복용하기도 한다. 대개 이런 내과적 치료로 70~100% 정도 증상이 호전된다.
◆담배 탓에 생기는 만성기관지염도 원인
이 밖에 만성기관지염, 기관지 확장증 등의 질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오염에 따른 면역력 저하, 각종 알레르기, 감염 후 기침, 고혈압 관련 약 복용, 비만 등도 만성기침을 일으킨다.
만성기관지염은 만성기침의 원인 중 5~10%를 차지한다. 대개 가래를 동반한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래를 뱉으면 하루종일 큰기침이 비교적 잠잠하다. 특히 담배에 의한 만성기관지염은 여전히 만성기침의 흔한 원인이다. 금연 후 한 달 정도 지나면 절반 정도에서 기침이 없어지거나 줄어들며, 이후 계속 금연하면 90%가량 만성기침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관지 확장증은 과거보다 줄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폐결핵과 유아기의 감염 등으로 여전히 발생빈도가 높은 편이다. 기관지확장증에서 기침은 분비물이 지나치게 많이 생기거나 잘 제거되지 않는 탓에 일어난다. 특징은 하루에 30㎖ 이상의 점액농성 가래를 동반한 기침, 발열, 피토함, 체중감소, 피로감 등이며, 단순흉부 X-선 촬영에서 90% 이상 발견된다.
고혈압과 심부전 등의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ACE) 억제제의 부작용으로 기침이 생길 수 있다. 기침 발생률은 약물 복용자의 0.2~33% 정도이다. 가래를 동반하지 않으며 목의 자극감이나 간질간질한 느낌, 긁는 느낌 등이다. 대부분 ACE 억제제를 투여한 뒤 몇 시간 만에 기침 부작용이 올 수 있고, 몇 달이 지나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기침 멎었다고 치료 중단해선 안 돼
우리나라 성인의 14~23%가 만성기침에 시달린다는 통계도 있다. 대부분 조기 치료를 하지 않아 병을 키운다. 만성기침은 개인차가 있지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병행할 경우 짧게는 2주 정도 약을 복용하면 100%에 가까운 완치율을 보인다.
만성기침은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이뤄진다. 기침의 정확한 원인을 밝힐 수 있는 경우가 90%가량으로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원인이 되는 질병과 만성기침을 동시에 치료하면 거의 대부분 완치 효과를 볼 수 있다.
영남대병원 호흡기내과 이관호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 기침이 멎었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하면 안 된다는 점"이라며 "증상이 사라졌다고 확신할 때까지 의사의 조언에 따라 치료를 받는 것이 좋으며, 치료 기간은 짧게는 2주에서 대개 1, 2개월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만성기침의 원인이 되는 질병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산소운동인 수영, 자전거, 조깅 등을 통해 체중을 관리하고 탄산음료, 커피, 흡연, 초콜릿, 술 등을 줄이며 저녁 시간에 과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자료 제공=대구경북권역 호흡기질환전문센터
(영남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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