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뒤통수 맞은 착한가게…물가안정자금 지원 한 곳도 못받아

짜장 2천원 이발 7천원 팔면 착한가게 뽑아 지원한다더니

정부가 지난달부터 물가안정 업소로 지정된
정부가 지난달부터 물가안정 업소로 지정된 '착한 가게'를 대상으로 정책자금 지원에 들어갔지만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 상당수 업소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구 북구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A(50) 씨는 최근 희망의 문턱에서 절망으로 떨어졌다.

가게가 '물가안정모범업소'에 선정돼 정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대출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한 때문이다. 낡은 가게 수리를 위해 1천만원이 필요했지만 신용등급 7등급인 A 씨는 제1금융권 대출이 어려워 정책자금 지원 소식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들떴었다.

몸이 아플 때도 닫지 않았던 가게 문을 닫고 찾아간 소상공인진흥센터에서는 "신용보증이 되지 않아 대출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박 씨는 "6등급이면 은행에서도 대출이 되는데 굳이 거기까지 찾아가겠느냐"며 "착한가게라고 가게 앞에 붙여놓은 것 외엔 아무것도 없다. 착하게 살아도 힘들 때 도와주는 곳 하나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한숨 쉬었다.

소상공인을 위해 지난달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착한가게' 정책자금 지원 사업이 '무용지물' 위기에 놓였다.

지원 대상 소상공인 상당수가 신용등급이 낮거나 연체 이력이 있는 영세 상인이지만 대출 자격 조건이 까다로워 대출이 불가능한 때문이다.

소상공인진흥원은 연말을 맞아 9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긴급 조성했다. 정책자금 중 100억원은 물가안정자금으로 대상은 '착한가게'라 불리는 '물가안정모범업소'들이다. 보통 짜장면 한 그릇 2천원, 이발비가 7천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과 함께 일정 기간 이상 사업장을 유지하고 주변의 평판 등 다양한 평가를 거쳐 행정안전부가 해당 사업장을 선정한다. 이들 업소는 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끊은 뒤 최고 5천만원까지 3.67% 금리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출 자격 조건은 과세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고 신용등급 6등급 이상인 자로 규정하고 있어 일반 금융기관 대출 조건과 동일하다.

달서구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B씨는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필요한 서류를 갖춰 신용보증재단을 찾아갔지만 대출을 거절당했다"며 "착한가게를 선정할 때는 이것저것 전부 조사해 가서는 큰 혜택이 있을 것처럼 하더니 시간 낭비만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진흥센터 관계자는 "자격에 대한 심사는 신용보증재단에서 전담하고 있어 저신용 소상공인에게는 해당 자금 지원을 할 수 없다"며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 어려운 분들은 7등급 이하 대출이 가능한 미소금융을 추천해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구지역에서는 155곳이 '착한가게'로 선정돼 있지만 물가안정자금 지원을 받은 사업장은 전무한 실정이다.

착한가게로 선정된 업주들은 "금리가 낮은 것을 제외하고는 일반 금융기관과 대출 조건이 다른 것이 없다"며 "어렵지만 힘들게 살아가는 업주들인 만큼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자금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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