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꿈이 있니?"라고 내가 나에게 물었다. "응"이라고 대답했다. "다행이야, 그치?" "응"
나이가 들수록 현실적이 된다는 말은 인제 보니 거짓이다. 오히려 나이가 드니 꿈을 실질적으로 꾸어보게 된다. 세상이 그리 만만하게 보여서가 아니라 삶이란 것이 그리 만만하게 살아서는 안 되는 것임을 알아서이다. 세상이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서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자신의 안위와 이익과 안주를 받아들인다고 했는데 인제 보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한평생 살면서 새로운 꿈 하나 가슴에 품고 살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인생이냐고,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 하나 가슴에 가지고 살지 못하면 그게 무슨 삶이냐고, 나이 든 내가 나에게 말한다. 삶이란 것은 어느 순간 나이 들고, 무상으로 돌아갈 것임을 언뜻 느끼는 나이가 되니 이제 진짜 꿈을 꾸며 살아야겠구나 싶다.(친구가 쓴 글 앞부분)
12월의 하늘과 바람, 나뭇잎은 모두가 같은 풍경이다. 맑고 깨끗하다. 비에 젖은 플라타너스 이파리가 파란 하늘가에 더욱 짙은 빛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친구가 쓴 글을 읽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가 국어 선생이라는 꿈을 가지고 살아온 시간들은 누가 뭐래도 행복했다. 하지만 꿈과 현실은 언제나 상반된 풍경으로 나에게 다가왔고, 그 둘 사이에서 매일 흔들렸다. 그래도 그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바로 '꿈'이라는 단어였다.
언젠가 우연히 바라본 아이들 교실 뒤편 게시판에는 대학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하버드, 옥스퍼드, 카이스트,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경북대…. 그런데 그 밑에 묘하게 두 개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타지마할과 마추픽추. 그렇게 배열한 아이들의 마음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타지마할과 마추픽추는 단지 그들의 꿈일까?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곳일까? 하버드와 서울대의 위세에 가려 타지마할과 마추픽추가 초라하게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었다. 슬픈 풍경.
교육은 '왜?'라는 수많은 물음표와 '아하, 그거!'라는 느낌표의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현재의 교실 풍경은 그렇지 않다. 참고서나 문제집 해설서에 담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느낌표들을 아이들에게 강제로 주입한다. 물음표에서 시작하지 못한 느낌표는 화석화된 지식더미에 불과하다. 수학능력시험도 화석화된 느낌표의 일부다. 삶은 수많은 물음표로 이루어져 있다. 정답도 없다. 느낌표로 강제 주입된 지식들은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데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
지금이라도 교육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먼저 물음표로 시작해야 한다. 강요된 지식으로서의 느낌표와 물음표에서 나아간 느낌표는 엄청난 차이를 지닌다. 아이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 삶의 길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음표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지닐 수 있다. 내 연재 제목을 '교육 느낌표'라고 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공감하고 배려하는 감성이 중시되는 느낌표를 바라는 열망을 담은 제목이기도 하다. 옳고 그름, 맞고 틀림만 가르칠 게 아니라 보고, 읽고, 듣고, 그리고 느끼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아이들이 마음속에 지닌 '느낌표'를 중시하라는 의미다. 혹시 지금 벽에 갇혀 12월의 바람이 보내주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하는 것 아닌가. 오늘, 분명 바람은 말한다. 내가 보고 싶은 풍경은 궁극적으로 느낌표로 가득 찬 풍경이라고.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지난해 10월 26일부터 독자와 만나온 '논술 톺아보기'는 이번 주부터 '교육 느낌표'로 바뀌어 연재됩니다. 이 코너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단상과 다양한 풍경 등을 담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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