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먹으로 빚은 풍경 사색 그리운 여백

신정주 개인전 25일까지 대구 인터불고갤러리

신정주작
신정주작 '강바람'
신정주 작
신정주 작 '향기'

먹을 머금은 붓이 지나간다. 붓의 속도에 따라서 시간도 흘러가고, 작가의 호흡도 흘러간다. 문득 붓이 멈춘다. 호흡이 멈추고 먹이 번진다.

신정주의 개인전이 25일까지 인터불고갤러리에서 열린다.

구상화와 추상화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모노톤 작업은 사색의 여백을 선사한다. 갈색, 보라색, 쑥색 같은 단일색으로 정물의 참신한 구도화에 최대한 절제미를 만드는가 하면 먹물의 흑백 콘트라스트를 극단적으로 추구함으로써 여백의 묘미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5년 만에 여는 전시로, 화업 33년을 총정리하는 의미로 열린다.

"이 풍경들은 제 내면의 풍경입니다. 서해의 자욱한 안개, 보름달이 뜬 강가 등 자연 속에서 받은 감성을 제 속에서 삭여냈다가 표현하죠."

그의 그림에는 가장 본질적 요소들만 남아 있다. 작가의 마음을 두드렸던 사물의 정수(精髓)만이 남아 관람객들에게 전해진다. 붓질 몇 번으로도 안개 속에 머물러 있던 작가의 마음과 보름달의 빛을 받아 출렁이는 물의 결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갈수록 단순해지고 본질만 드러내려고 하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진다.

그의 작품은 표현 기법이 다양해보인다. 이것은 재료의 다양함 때문이다. 광목, 실크, 화선지, 한지, 마 등 일상 생활에서 작가가 발견한 요소들과 다양한 질감과 크기의 붓들로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예술가란 고정적인 관념에서 탈피해야 해요. 예술은 제3의 언어입니다. 장르 구분 없이, 울타리로 얽어매지 말고 다가가야 하죠."

박용숙 미술평론가는 "먹의 흔적이 강하거나 양이 많아지면 그의 화면은 추상 의지로 가득 차며, 반대로 먹의 흔적에 소극적이고 약해질 때 공간은 우리에게 구상적인 것들을 들어내 보인다"고 말한다. 최근 작에서 작가는 붓질의 행위적 의미에 비중을 두며 갈필적 우연의 효과를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숨가쁘게 변해가고 있는 현대미술계에서 오로지 먹 하나로 작가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본질과 사상의 중요성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유행을 따라가면 늘 공허하지요." 053)602-7311.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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